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2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잘했느냐' 아닌 '왜 했느냐'에 주목…소리 토해내는 광대의 무대

정민영 '판놀음' 24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지난 9월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올려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광대의 노래 '동리-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짙은 어둠이 깔린 무대 위에는 북이 단출하게 놓여 있었다. 어둠 속에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섞인 허스키한 음성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무대에 구원투수처럼 비춰진 소리꾼 정민영(36)씨가 주인공.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진지함과 진솔함 경계를 넘나든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세고 강한 역할을 많이 해오면서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는 데 인색했던 그는 "광대의 노래를 하고 나서야 에너지를 분출하는 역할이 나에게 꼭 맞는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판소리와 타악, 연극을 넘나드는 전천후(全天候) 예술가를 자처해오던 그가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갖는다. 24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갖는 정민영의 '판 놀음'.

 

"시간에 쫓겨 준비하는 거라 그런지 공연 이 다가오니까 부담스러워지네요."

 

그렇다고 해서 혼자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쟁이'들을 불러내 어우러지는 판을 주선하는 형식. 판소리면 판소리, 악기면 악기, 연극이면 연극까지 진공청소기처럼 섭렵해오며 익혔던 내공을 집약시키는 무대를 두고 "좋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 들었던 지난 시간을 중간점검 해보는 자리"라고 했다.

 

군산 개야도에서 10대를 보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당산굿을 좋아해 졸졸 따라다녔다. 소리가 좋아 판소리와 장구를 익혔고, 내친 김에 연극까지 도전했다. "판소리가 목소리의 표현이라면 타악과 연극은 몸짓의 표현이어서다." 그래서인지 어떤 장르의 무대이건 간에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

 

"'잘해야지'가 아니라 '왜 했냐'는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과제였어요. 판소리가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소리꾼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씨의 말마따나 "대중은 진지함보다는 진솔함에, 억눌림보다는 솟구침에 반응한다." 무거운 것을 무겁게 표현하는 방식에 박수를 치는 이들은 점차 줄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소리판에도 필요한 'B급 스타일'은 바로 그의 몫이 될 것 같다.

 

우진문화재단의 '2012 우리소리 우리가락' 선정작.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