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 교수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출간
'장소는 삶이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곳이 날 잡아둔다. 그 잠아둠의 양태는 각자 다르며 그 다름이 곧 문화가 된다. 고로 장소와 문화는 서로 동체이자 아바타이다.'
전주교대 이경한 교수(사회교육학과, 지리학 전공)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공간에 돋보기를 댔다. 저자는 소소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장소'가 갖는 의미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바라보았다. 저자 스스로 '장소'에 들어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고 생각하며 관찰한 느낌을 자유스럽게 드러냈다. 단순한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장소가 주는 사회성과 함께 바람직한 방향성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대형마트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가게를 두고 저자는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장소'라고 보았으며, 전주 가톨릭센터에 있는 필리핀 식당을 통해 이민자들의 애환관 함께 100
만 외국인시대 다문화정책을 생각하게 했다.
슈퍼마켓을 동네 슈퍼부터 필리핀 식당,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향과 다방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필리핀 식당에서 모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이민자들을 보며 느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나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는 날카로움과 함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전주 사람들이 즐겨찾으며 전주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맥(家麥)'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도일슈퍼·전일슈퍼 등 유명 가맥집의 입지가 대로의 번화가보다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맥의 최적입지는 이면도로와 이면도로가 만나는 사거리란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이어서다. 가맥을 찾는 가장 큰 요인을 경제적 측면으로 보았다. 가맥을 찾는 사람들간에 동질성을 지니며, 비지니스 등에 관한 대화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안줏거리로 삼는다.
'몸'을 장소적으로 접근해 해부한 것도 흥미롭다. 몸이 우리은 마음을 담는 장소이자 자이를 구체화 시키는 곳으로 보고, 이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했다. '초콜릿 복근''S라인 몸매'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문신·피어싱·이물질 삽입 등을 통해 몸을 개조하려는 노력도 한다. 또 삼보일배를 통해 환경운동을 펼치기도 하며, 몸을 던져 민주화를 외치기도 했다. 저자는 세상을 보는 창이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문으로 몸을 파악했다.
공원은 '따로 그리고 같이 노니는 장소', 공항은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곳', 길은 '타지의 세계로 나를 이끄는 장소', 버스 정류장은 '일터와 쉼터를 이어주는 장소'로 이야기 했다. 광고게시판·다리 밑·커피 전문점·다방·고향·화장실·모정과 마을회관·벤치·학교 등의 장소들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수자, 즉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는 장소에 대해 정직한 목격자가 되고 싶다"는 말로 책 저술의 동기를 밝혔다.
'골목에서 마주치다''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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