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에 가면
아무도 살지 않는 게 이상해서 자꾸만 맴을 돌고 마는
초가집 한 채가 있고
폐교를 개조한 미당시문학관에 들어서면
미당은 아니 계시고 훌훌 벗어던진,
한 생애의 무게만큼이나 매서운, 이빨 빠진 바람이
서가 사이에서 쉬고 있다.
화사花蛇를 향해 던진 돌팔매질, 그 피 묻은
돌멩이들만 몇 굴러다니고 멍든 자위도 남아,
원고지 속에선가 액자 속 육필시편들 속에선가
귀, 촉, 귀, 촉, 울음소리도 환청처럼 들리고
질마재를 넘어가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질마재에 가면 그래서
귀, 촉, 도, 가 봄부터 내내 울다가
질마재를 넘어간다는 신화가 산다
※ 정복선 시인은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여유당 시편' 등 5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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