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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디귀한 근대문학 책 80권 만난다

도립문학관, 허소라 시인 소장 도서 초대전…1920~1950년대 대표작품 13일부터 선봬

▲ 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
"나는 자다가도 눈이 떠지면 이 책들을 빼보고 또 빼보고 해요. 작가들의 혼과 만나는 거니까. 아직도 넘길 때마다 손이 떨려요, 찢어질까봐서."

 

지난 10일 만난 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76)은 전북도립문학관(관장 이운룡)의 초대전'한국 근대문학 도서전'(1920~1950)을 앞두고 좌불안석이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도 불사하며 온 몸에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발품을 팔아 수집한 책들이 행여 탈이라도 날까봐서다. 밤잠 못 자가며 고심해 추린 80권은 명색이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라도 해도 모자람이 없다. 허 관장은 "이젠 전국 어느 헌책방을 가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책들"이라고 자신했다.

 

"그 시절엔 배도 참 고팠지만, 책읽기가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어요. 6·25가 끝날 무렵 조그만 서점이 생겼는데, 책값으로 300원을 내놓고 하루 만에 다 읽으면 30원씩 빼줬다고. 그러니 하루에 다 읽을 수밖에. 학교가 끝나면 골방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책을 읽었어요. 책값 때문에 책읽기에 빠진 거지.(웃음)"

 

"석정 선생을 하늘 같이 섬겼던 청록파 일원"이었던 박두진 시인의 '해'(1946)를 대학교 시위에 나갔다가 받은 수당으로 헌책방에서 구한 사연이나 피난 간 매형 집에서 옷장에 숨겨둔 책을 누님이 몰래 찔러줘 이번 전시에 내놓게 된 책들의 30~40%를 차지한다는 사실 등은 그 앞·뒷쪽 사연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던 민중의 고통과 불안이 암시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과 일본 간첩죄라는 어이없는 죄목으로 총살당한 조명희가 망국의 한을 담은 '낙동강'(1928)은 1920년대를 장식한다. 이상 이태준 김환태 등이 활동해 우리나라 순수문학을 물꼬를 틀었던 '九人會'가 출간한 '시와 소설'(1936), 월남하기 전 시를 썼던 황순원의 미려한 문체가 녹아있는 시집'골동품'(1936) 역시 1930년대 당시 문청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작가들에게 문학적 응원을 보내온 작품들.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세련된 문장의 전형을 보여준 이태준의 '문장'(1939)은 아직까지도 글의 참맛을 깨닫게 하는 글쓰기 교본이며, 해방 이후 간행된 전북 최초의 아동문학지 창간호'파랑새'(1946)는 전북 문단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작품이다.

 

"김유정 윤동주 이상 이장희 이효석 등은 30세를 못 넘기고 다 죽었어요. 가난이나 죽음과도 타협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한 줄 한 줄 원고지를 메워나갔던 처절한 작가정신이 다 여기에 녹아 있습니다. 앞서간 문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견딜만한 것에는 사랑을 주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 위대한 가르침을 뒤늦게라도 깨닫게 해준 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줄 몰라요."

 

'허소라 박사 소장 한국근대문학 도서전'은 13일부터 20일까지 전라북도문학관 본관 제4전시실에서 이어지며, 개막식은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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