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살이 돋도록 연필 혹은 볼펜에 힘을 주어 써댔던 글들. 컴퓨터로 늘 글씨를 찍다시피 하다가 간만에 잡은 필기도구로 옮긴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를 이제 블로그에서 만난다.
전북일보사와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이 전북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손글씨 공모전'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 손에 잡히다'가 수상작품을 아우른 블로그(blog .daum.net/2840570)를 개설했다.
총 6회를 거치는 동안 작품 1만6541편이 출품됐으며, 블로그에는 모두 886편이 담겼다. 1학년 때부터 빠짐없이 작품을 낸 아이부터 가작·우수상에 이어 기어이 대상을 차지한 아이까지, 또 쌍둥이 형제나 자매가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거나 3남매 모두 수상한 가족까지 다양한 '지렁이'의 생생한 표정이 담겼다.
블로그를 살펴보면 도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와의 우정 편지, 선생님·가족에게 쓴 편지, 이라크·북한 어린이들에게 쓴 편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에게 쓴 편지 등이 많지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배려하고,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부모의 사랑을 알게 되는 등 다양한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도 인다.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사는 당당한 사춘기 초등학생의 갖가지 투정들은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오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로 전하는 아름다운 마음은 우리 사회가 다시 찾아야 할 소중한 마음의 무늬. 블로그에서 어린이들이 정성을 다해 쓴 손글씨와 그 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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