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美본토 도달 1만㎞ 이상 추정...안보지형 변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사실상 성공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로켓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위협이 증대된데다가 대북 제재를 놓고 북한과 국제사회간 강경 대치는 불가피하게 됐다.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까지 가속화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전격 발사했으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은 북한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획기적으로 진전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이미 두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를 과시한 북한이 핵을 운반할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응 논의도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위기감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3단 로켓인 은하3호를 전격 발사했다. 발사후 분리된 1단 추진체는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 2단 추진체는 필리핀 근해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발사 준비중인 동창리의 은하3호 장거리로켓 주위에서 한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다.그동안 중국, 러시아 등 28개국과 유엔 등 3개 국제기구가 북한에 발사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해왔다.
이런 점에서 실패한 지난 4월 로켓 발사 때 나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보다 강도 높은 추가 제재 내용을 포함한 결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월보다 진전된 방향으로 강한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관련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엔 논의의 키를 쥔 중국도 이번에는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 들어선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북한 미사일이 새로운 외교를 방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 차원의 논의와는 별도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고강도 독자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현재 우리는 우리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각각 (제재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서로 교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는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이란식 금융제재 방안, 선박 운항 관련 해운제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발사 성공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기술에 더 다가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이 별도 의 북한 제재법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이 체감하는 위협의 강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이런 움직임에 북한은 추가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핵실험 등과 같은 북한의 추가도발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 상태는 최고조로 치닫게 된다.
`로켓 발사→고강도 대북 제재→추가도발→추가 제재' 등의 순서로 북한과 국제사회의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할 경우 한반도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을 중심으로 동북아 군비 경쟁이 가속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배가될 수 있다.
이번에 북한 로켓 파괴조치 명령을 내리고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배치한 일본은 북한의 발사 성공을 빌미로 군비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최근 우경화 경향이 상당히 있는 일본 내에서 북한을 이유로 핵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인민일보)라면서 일본의 군사력 증대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
이는 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군비 확산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면서 동북아 안보정세를 도미노식으로 불안케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중일간 갈등 심화 등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도 전력 배치의 중심을 동북아에 둘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간 긴장도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는 단기적으로는 대북 제재 논의 국면이 이어지더라도 중ㆍ중장기적으로는 대북 협상론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면서 오히려 대화 필요성이 커진데다가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입장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이 핵 운반수단 개발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 마냥 제재만으로 북한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제재ㆍ봉쇄에도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위협이 증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북측과 대화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에도 처음엔 제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그 뒤에는 협상 국면으로 넘어갔다.
북한의 첫 핵실험에 대해 유엔이 대북 결의안 채택한 한달 여 뒤인 그해 12월 북핵 6자 회담이 재개됐으며 그다음 해(2007년)에는 2ㆍ13 합의도 나왔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은 내년 초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가 공식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태평양 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 하나 더 마련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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