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문학관 개관…운영비 적어 아쉬움 작가회의 '활발'- 문인협회 활동 '주춤' 대조…정읍 출신 신경숙 외에 베스트셀러 소식 조용
△ 기사회생(起死回生) :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 전라북도문학관이 지난 9월 21일 개관식을 갖고 전북 문단의 새 역사를 열었다. 전주 덕진공원 옆 옛 전북도지사 관사를 고쳐 문학인들의 품에 안긴 전라북도문학관은 전북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담으며, 한국 문학의 미래를 견인할 전북 문단의 보금자리로 힘차게 출발했다.
2010년 전북도가 문학관 설립 조례를 제정한 후에도 예산확보·관장 선임 문제 등으로 그동안 곡절을 겪은 끝에 개관한 문학관은 전북문인협회의 위탁 운영 아래 초대 관장에 이운룡 시인이 선임됐다. 문학관은 개관 기념으로 오세영 박사 초청 강연·완판본 기획전·전북문인들의 시화서각전 등을 시작으로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 문학 인사 초청 강연회 등을 잇따라 열어 문학관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문인 중심의 문학관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향후 문인들과 일반 시민들간 거리를 좁히고, 시민들이 문학과 문학관을 사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전북문인협회가 당초 문학관 민간위탁을 맡을 때 충분히 피력하지 않았던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영고성쇠(榮枯盛衰) : 도내 문학관 명암 엇갈려 = 한국 국문학과 현대 시조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가람 이병기 선생을 기리는 시조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문학계의 또 하나의 숙원이 풀리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지난 6월 무주에 개관한 김환태문학관을 비롯해 지난해 개관한 부안 석정문학관과 기존의 고창 미당시문학관, 군산 채만식문학관, 김제 아리랑문학관, 전주 최명희문학관 등까지 합하면 문학관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군산 채만식문학관·김제 아리랑문학관·무주 김환태문학관은 작가의 원본이 없는 것은 물론 전문 인력마저 배치되지 않아 파리만 날리는 날이 더 많다. 반면 한국 문학의 발전과 문화시설의 모범적인 운영에 힘 쓴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창을 받은 최명희문학관은 올해도 선전했다. 최명희문학관은 전북일보·전주MBC·전북대·전주문화재단 등과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혼불학생문학상','전라북도 초등학생 한식백일장' 등 각종 공모전과 백일장을 진행해 9000여 명의 참여를 유도해냈다. '문학치유를 통한 문학특강',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 초청강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고, 도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혼불문학강연퍼레이드도 30여 곳을 찾아다니면서 도민들에게 최명희의 문학 열정과 문학인들의 창대한 기운을 퍼뜨렸다.
△ 파사현정(破邪顯正) : 전북작가회의 문진금 심의 제동 = 전북도가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을 놓고 전북작가회의가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자신의 단체 몫으로 배정된 기금을 반납키로 하는 등 문진금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전북작가회의는 지난 3월 "문예진흥기금 문학 부문 심의위원이 이해 당사자인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소속 회원들로 구성 돼 기금이 편파적으로 배분됐다"며 전북문인협회 배정 기금과 조목조목 비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올 문예진흥기금 선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문인협회의 몫이 1억9800만원인 데 비해 전북자가회의는 총 2600만원에 불과하고, 개인별 창작지원금 선정자 수도 전북문인협회가 47명인 데 반해 전북작가회의는 2명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의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전북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북문인협회가 작가회의의 주장에 정면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문진금을 둘러싼 두 단체간 앙금을 남겼다.
그러나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 없이도 올해 젊은 문인들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갔다.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놓고 난상토론을 도입한 월례문학토론회와 도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토론회 외에도 대선 후보 초청 토크 콘서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까지 쉴새없이 움직였다. 반면 전북문인협회는 전북 문인 대동제, 전북 새만금 문학제 등과 같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 그쳤을 뿐 도민들의 주목을 받은 사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후 문협의 역할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 백척간두(百尺竿頭) : 구관이 명관 = 올해는 유독 기력이 약해 보였다. 안도현 시인의 '일기'가 지난해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문인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오늘의 시'로 뽑히고 김용택 시인이 제7회 윤동주문학대상을, 박성우 우석대 조교수가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책 출간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한국소설 인기 순위 10위 가운데 정읍 출신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3·4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지난해 '난설헌'(최문희 저)이 문단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10만부라는 이례적인 판매고까지 기록한 전주MBC의 혼불문학상은 올해 '프린세스 바리데기'(박정윤 저)가 수상했다.
이처럼 전북 문학의 동력이 부족하게 된 것은 정체불명의 문학상, 갈수록 쉬워지는 등단 시스템 등에 기인한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상에 사숙·친분 관계로 인한 나눠먹기식 수상자 결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각종 문예지에서 남발하는 등단으로 인해 오히려 등단하지 못한 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심지어 정년 퇴임 이후 작가 등단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기 살을 깎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 담보되지 않는 문인들의 양산은 전북 문단의 제 살 깎아내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아 등단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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