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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특별전-미술과 과학

▲ 김 선 태

 

화가 ·미술평론가 ·예원예술대 교수

몇 년 전 영국 팝아트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가 펴낸 〈명화의 비밀〉은 충격적인 책이었다. 호크니가 〈명화의 비밀〉에서 주장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서양의 많은 화가들이 15세기 초부터 광학기구(거울, 렌즈 등)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물화를 그린다고 한다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델을 앞에 놓고 화가가 손과 눈만을 사용하여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도구들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모종의 도구라는 것이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바늘구멍 사진기인 핀홀카메라와 같은 원리를 가진 광학기구)를 통해 대상물의 정확한 상을 얻고, 그 위에 종이나 화폭을 대고 베껴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평소 대가와 명화에 대해 품고 있었던 신비감이 어느 정도 반감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가들의 호기심과 탐구적인 태도로 인해 진공관 시대를 거쳐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 시대가 오지 않았느냐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 불 수 있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미술과 과학은 상생과 공생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현재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거장전의 특별전 추상의 세계" 작품들을 보면 기학학적인 추상에서 화가들의 과학적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발견할 수가 있다.

 

쿠르즈 디에즈와 오마르 까레뇨의 작품에서는 연속된 줄무늬가 겹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하학적인 곡선무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모아레(인쇄물이나 모니터 같은 전자화된 화상 등에서 규칙적인 모양을 겹치게 했을 때 화소가 서로 간섭해서 생기는 주기적인 스트립형태의 패턴)현상이라고 한다. 이를 옵티컬아트(Optical art)로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를 이용하여 시각적 착각을 다룬 미술이라고 한다.

 

이들은 평행선이나 바둑판무늬, 동심원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를 통해 복잡하고 역설적인 광학적 공간을 만들어 내거나 명도가 동일한 보색(반대색)을 병렬시켜 색채의 긴장상태를 유발시켜 사람의 눈에는 색채와 형태가 실제로 진동을 일으켜 동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라파엘 소토와 게고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알려져 있는 작가다. 소토는 투명하고 유동적인 튜브로 인터랙티브(상호소통)적인 조각을 만들고 관람자의 착시현상을 유도하는 작업들로 유명하다. 여기서 키네틱 아트란 움직임을 본질로 하는 미술을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기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작품에 도입하고자 했던 것이다.

 

움직임을 본질로 하는 미술은 실제로 움직이는 모빌을 중심으로 칼더의 작품이 있으며, 실제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는 작품 등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라파엘 소토와 게고는 후자에 속하는 작가로 옵티컬 조각과 설치작품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 키네틱과 옵아트 작품이 진화되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탄생될 수 있었다. 또한 전자 공학의 발달로 레이저 아트, 홀로그래피 아트 등 미술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미술과 과학은 이제 스스로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여 움직이는 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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