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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상상력 발휘 여건을"

대통령 당선인에 바란다〈5〉 - 문윤걸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본인이 털어내려 노력했지만 그에게서 유신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유신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시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교련복'과 '집체 교육', '국론 통일'이라는 표어가 떠오른다. 유신시대는 동의 없이 정해놓은 길 외의 다른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표준화된 교육과 표준화된 사고, 그리고 강압적인 규칙까지, 일탈을 꿈꿀 수는 없었다. 그것이 유신시대였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준비된 여성 대통령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서 주창한 '100%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시금 유신시대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의 100% 대한민국이라는 주장은 그의 아버지가 주장했던 국론통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였고, 모두가 획일화되는 동원 체제를 떠올리게 하였다. 과연 그는 미래와 시대정신에 대해서 충분한 준비가 되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박 당선인은 창조경제를 새로운 국가 동력산업으로 활성화하여 시장과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복지도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가 말한 창조경제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와 과학기술이라는 양대 축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가치 있는 전략이지만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그것을 가치 있게 실현시켜주는 기술력의 조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가 먼저 구현되지 않고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박 당선인에 대해서 한 가지는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그것은 박 당선인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존경하며 그를 명예롭게 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국가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것이 본인은 물론 아버지를 명예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기에 어쩌면 이전의 대통령들과는 달리 퇴임 후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방법에 있어 정해 놓은 목표의 조기 달성을 위해 혹 그 아버지처럼 국민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다. 그것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오히려 국민 모두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과 사고를 거침없이 토해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박 당선인이 역점적으로 추진할 창조경제의 성공을 도울 것이며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정성을 쏟은 약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환경의 개선이나 예술의 발전, 그리고 언론 등 자유로운 사회 환경 조성은 성장 우선 정책에 가려져 있다. 이러한 태도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적 환경의 조성을 통한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 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그 결과를 시혜적인 방식으로 베풀어 주는 제왕적인 태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의 발전은 시혜적인 나눔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상상력을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해소하는 사회 환경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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