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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그들은 누구인가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한 해가 머물다 가는 끝자리에 와 있다. 아코디언처럼 겹쳐진 지난 시간 사이사이에서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이 새롭게 펼쳐진다. 그 기억들은 나름대로 내면의 감동과 외적인 진동의 프리즘을 통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2030세대와 5060세대가 서로 다른 표심을 보인 세대투표 경향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떠올랐다. 그것도 50대의 90%에 육박한 놀라운 투표율에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놀라거나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과거에도 50대는 2030세대보다 투표율이 높았지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침묵하다 조용히 투표장으로 향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련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등 한층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 판을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대별 득표율이 확연하게 갈라지면서 세대 갈등으로 비쳐지는 모습이다. 국민갈등을 풀어주어야 할 몇몇 언론은 오히려 그런 양상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필자도 50대지만 50대와 20대의 이해관계는 거꾸로 가는 게 아니다. 20대는 상당수가 50대의 자녀들로 대학 등록금, 군복무, 졸업 후 취직 걱정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생각의 차이가 커지고, 입맛이 변하고, 선호가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복잡해진 현실을 어느 단일 잣대로 양분하기는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그동안 정권마다 지역이란 유령이 얼마나 공정을 유린했던가. 지역도 극복이 안 된 상태에서 다시 세대의 대결로 갈등과 분열의 역사로 되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50대, 그들은 누구인가. 사회 구석구석이 독재의 그늘에서 억압받고 있을 때, 날마다 자신의 비겁함을 내리찍으며 울분을 삭여야 했던 사람들이다. 나라의 가난을 경험했던 거의 끝 세대로서 경제발전에 직접 참여한 세대이기도하다.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기술을 배워야 했다. 가난이 무엇이라는 걸 알았고, 민주주의가 억압받을 때 고통도 느낀 세대다.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천명(天命)을 알고 있다. 지금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주름진 얼굴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들이다.

 

이번에 보인 그들의 선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민주와 경제를 아는 세대로서 지역에 따라 투표성향이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이념이나 개인의 이익을 넘어 나라의 소중함과 미래를 붙잡았다고 한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겸허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생 50년 역정을 견뎌온 사람의 한 표를 자식 같은 젊은 세대와 갈등·대립의 빌미로 제공해서야 되겠는가. 안타깝게도 일부 젊은이들이 이런 현상에 대해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반발심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쏟아냈다. 성숙한 사고와 대응이 아쉽다.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편 가르기는 결과적으로 국민적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퇴행적 선거문화는 통합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 요인이다. 사회가 '세대의 벽'에 갇히지 않으려면 통합을 외치고 제도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전통적인 갈등보도 방식에 편승해 갈등의 중재자로서, 이슈의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방기한 사례가 많다는 질책에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언론의 정파성 때문에 동일한 사건을 상반되게 보도하거나 특정 세대를 갈등의 상대로 내세우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하되 균형과 통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런 의식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국민 대통합을 주창했다.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옳고도 당연한 얘기다. 50대는 새 정권이 어떻게 이런 갈등과 분열의 구도를 치유해 갈 것인지 앞으로도 조용히 지켜볼 게 분명하다.

최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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