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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전북을 위하여

하드웨어 부족한 전북 경쟁력 확보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 진 영 곤

 

감사원 감사위원

'풍요로운 전북건설'. 이 구호는 필자가 30여년 전 전북도청에서 수습사무관으로 있을 때의 도정 구호였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고의 복지도 일자리에서 비롯된다. 결국 어떻게 하면 우리 고장에 크고 작은 기업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기업이 투자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은 교통·산업기반시설과 같은 인프라, 땅값, 필요한 인력의 원활한 공급가능 여부, 지방정부의 투자유치 인센티브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는 어떤 점에서 타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을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이것이다 하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기업들이 왜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자명해진다. 그렇다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땅값이나 인건비를 엄청나게 싼 값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못한다.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세티브 제도도 잘 갖춰 놓아야 하겠지만 다른 지역도 이런 노력을 나름대로 열심히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전북이 추구해야 할 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필자는 소프트 파워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은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그의 저서인 〈제국의 파라독스〉에서 미국이 앞으로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사용해 원하는 것을 얻는 하드파워에서 벗어나 교육·학문·문화·예술과 같은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필자가 말하는 소프트파워는 교통·물류, 산업기반시설 등 물리적인 인프라와 대비되는 높은 수준의 투자지원 서비스, 숙련된 인재, 안정적인 노사문화 등 질적인 측면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 설립한 현지공장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노동의 유연성과 작업장의 규율이 잘 지켜지는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노사가 갈등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는 선진 노사문화가 정착되어야 기업들에게 우리 지역에 투자를 하라고 자신있게 권유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차를 비롯 도요타·혼다·벤츠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에서 현지공장을 세울 때 강성노조를 피해 남부지방에 공장을 설립하는 사례를 보아도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기반이 열악한 전라북도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극단적인 노사대립 소식은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역의 노사문화 선진화를 노동자와 사용자의 몫으로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우리 전북인들 모두가 시민운동, 애향운동 차원에서 동참해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라북도는 다른 건 몰라도 노사관계만은 기업하는데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확실히 심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갖추면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이러한 소프트파워와 함께 전라북도의 최대역점사업인 새만금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추진되어 보다 풍요로운 전북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 진 감사위원은 경기고·서울대를 졸업, 1978년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여성부 차관·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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