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
일반기사

⑪ 일본 - (하) 교토 음식문화 - '요리 1번지' 성장 동력은 장인 정신

전통에 대한 높은 자긍심 몇 백 년 된 음식점도 즐비…안전한 먹거리 관리 엄격 지역 생산물 직거래 늘어

▲ 윤동주 시인이 즐겨 찾았다는 가무가와강 건너편의 교토 요리거리.

'교토가 없으면 일본이 없다'. 교토 시민들의 교토에 대한 자부심은 이렇게 높다. 19세기 중반 도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1000년 넘게 일본의 수도 역할을 하며 전통도시로서 관광자원이 풍부한 교토는 경주시와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하고 있으며, 전통문화도시인 전주와도 닮은꼴이 많다. '교토가 없으면 일본이 없다'는 말은 음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교토는 미식가들의 천국

 

전통음식이 발달한 전주와 마찬가지로, 교토는 실제 미식가들의 천국이라 할 만큼 음식문화가 발달됐다. 특히 교요리(京料理)가 유명하다. 우리의 한정식처럼 일본의 정식 요리인 '카이세키' 요리(會席料理)가 교요리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통할 만큼 일본 정식요리의 요람이 교토다.

 

교요리는 진미요리부터 애피타이저, 국물 요리, 초밥이나 회, 구이, 조림, 식사 등 코스 요리로 나오며, 코스마다 재료·맛·조리법이 겹치지 않은 요리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각기 다른 앙증맞은 그릇에 작은 잎사귀 혹은 꽃잎을 띄워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소박한 재료를 사용해 자연 그대로, 그러나 가장 세련되게' 보여준다는 교토에서 일본음식의 본류를 맛볼 수 있다고 미식가들은 평한다. 2000여개의 사찰을 갖고 있는 교토의 사찰에서 승려들이 수행 중 따뜻한 돌을 품고 추위와 배고픔을 참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카이세키'요리가 오늘날 비싸고 화려한 음식으로 변한 것은 아이러니 하다.

 

윤동주·정지용 시인이 교토 유학시절 즐겨 걸었다는 교토 시내를 가로지르는 가무가와강(鴨川) 한쪽 편에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카이세키 요리 음식점도 많다. 관광 혹은 수학여행지로 교토를 많이 찾고 있는 한국인들을 이곳 음식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두 대학생은 카이세키 요리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인터넷 여행 정보만 믿고 요릿집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 먹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음식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간단한 점심용 카이세키 요리 가격도 1인당 5만원 정도여서 부담이 된다는 게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 교토 변방의 한 농산물 직판장. 판매되는 가공품 역시 거의 전부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식품 안전과 전통 중시

 

맛과 함께 일본 음식에서 식품의 안전성과 전통성은 기본이다. "아오모리 사과가 맛있어도 먹는 게 꺼려집니다. 가고시마 혹은 구마모토의 소고기를 즐기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교토의 한 주민은 혼슈의 북단에 위치한 아모모리현의 경우 원전 사고지역인 후쿠시마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어 방사능 오염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혹시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몰라 좋아하는 아오모리 사과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에 대해 일본인들의 관심은 이렇게 각별하다. 일본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독한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업체에 대해서는 폐업 조치 등으로 엄히 다스린다.

 

외국 신선 농산물의 반입에도 엄격한 통관절차가 따른다. 이력관리가 안된 신선 농산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는 까닭에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일본 소비자 곁으로 가기가 어렵다. 여기에 대파 뿌리 부분의 흰색이 몇 센티가 돼야 하고, 오이는 직선으로 몇 센티여야 하는 식의 규격과 포장까지 세심하게 따질 만큼 철저하다.

 

일본은 또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특성이 강하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낫도 (Natto. 청국장)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기업들이 참여해 낫토 시장을 평정하고 싶어도 지역별, 혹은 업체별 각기 고유한 맛을 갖고 있어 넘보지 못한다. 두부 역시 비슷한 형태며, 전통식품들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맛을 보유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천년 고도답게 교토에서 몇 백 년 된 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집이 많다. 3대가 안된 음식점의 요리는 요리도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음식 장인들의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간장만 만드는 간장 장인, 기름만 짜는 기름 장인 등 식재료 전문 장인들도 교토 음식의 힘이다.

 

 

△지산지소 운동으로 상생

 

교토시내가 고도로서 명성과 국제적 관광지로서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교토부의 농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농촌과 마찬가지로 매년 인구가 감소하고, 60세 이상 농가가 70%에 이를 만큼 농가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생산도 문제지만, 생산된 식자재의 유통도 고령의 소농에게는 난관이다. 교토부를 비롯, 일본은 각 자치단체들이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우리가 '신토불이' 를 외치기 훨씬 전에 일본에서 지산지소 운동이 시작됐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식품을 사용하자는 식채(食彩)운동으로 출발해 현재는 학교급식, 직판매소 운영 등으로 확산시켰다.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신뢰할 수 있는 가공식품을 얻을 수 있고, 생산자는 직거래에 의한 소규모 판매와 규격 외 농산물 판매도 가능해 직거래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교토 변방의 한 농산물 직판장은 지산지소운동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보여주었다. 시에서 직원을 파견해 운영하는 크지 않은 이 매장에는 무·배추 등 신선 농산물에서부터 농가에서 만든 청국장, 과자류까지 다양한 농식품이 진열돼 있었다. 가공품 역시 거의 전부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어진단다. 인근에 대형 마트가 있지만,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제품 가격은 생산자들이 직접 정한다.

 

매장 관리자는 "대량생산과 대량 유통이 아니기 때문에 농가에게 당장 큰 소득을 안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지역 농산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