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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많아져야"

⑫ 전문가 좌담회 - ‘파머스마켓’ 활성화필요

▲ 지난달 27일 전북일보사 3층 편집국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왼쪽부터 김남규 전주시의원, 정혜정 국제한식조리학교 교장, 최행자 전주시청 한스타일과 계장, 김관수 전라도 음식 이야기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을 연재해오면서 중요한 두 가지를 놓쳤다. 지역 식재료의 개념 설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 지역 식재료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본보 편집국 3층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김관수 전라도음식이야기 대표, 김남규 시의원, 정혜정 국제조리학교 교장, 최행자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계장(한식 담당자)이 지역 식재료 활성화 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 등을 점검해봤다.

 

-일단 지역 식재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김관수 대표= 전북의 농산물은 어디에 내놔도 품질이 뒤지지 않는다. 더덕을 예로 들어보자. 진안 무주 장수의 더덕은 고원의 산더덕 보다 향이 좋다. 서울에선 오히려 산더덕으로 취급받을 정도다.

 

△정혜정 교장= 전북 지역 식재료가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 식재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하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다. 외국의 경우 로컬푸드(local food)를 50㎞ 내 식재료로 할 것인가 혹은 100~200㎞까지 넓힐 것인가로 토론한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 지역 식재료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북의 경우 도내로만 한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규 의원=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 생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선 최초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시행한 강원도 원주 등 지자체를 포함해 최근엔 대형 유통업체도 로컬푸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외국에선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등이 유명하다. 전주시는 지난해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로 선정됐고, 완주군 역시 로컬푸드 직매장을 전주에 열고 있는 만큼 두 지자체가 지역 식재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에 관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최행자 계장= 전북도, 전주시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식자재 목록을 만들어놓진 않았다. 대신 전주시가 추천하고 전북도가 지정하는 산업화 대상 자원은 9개가 있다. 배, 미나리, 복숭아, 장미, 우리밀, 전주 콩나물, 수박, 포도, 딸기 외에 지난해 추천된 콩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여기에 선정되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공모 사업에 지정받을 수 있다.

 

△정 교장= 그러나 전주시가 지정한 향토 자원 목록을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배와 수박 포도 등은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되기 때문이다. 즉, 지역의 식재료를 다른 지역의 식재료와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인가,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가 과제다.

 

-문제는 좋은 지역 식재료를 지역 소비자들이 직접 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와 해법은.

 

△정 교장= 맞는 말이다. 지난해 3월 국제한식조리학교 개교 이후 지역 식자재를 구매하려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으나, 결국 구할 수 없었다. 지역에서 유통하는 업체가 아예 없더라. 결국 대전에 있는 한 유통업체가 학교에 물건을 대주기 위해 얼마 전 전주에 지부를 냈다. 이게 현실이다.

 

△김 의원= 대형유통업체가 문제다. 하나로마트·농협 등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있으나, 농민들의 편에 서는 유통업체가 아니다. 거상들은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으로 좋은 식자재를 받아 대형유통업체에 넘긴다.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영세한 농가는 밀릴 수밖에 없다.

 

△정 교장= 농가와 직거래하는 로컬푸드 물량은 유통 구조가 단순하다. 비닐하우스에서 따서 바로 그 지역직매장 진열대로 옮겨진다. 반면 서울의 농수산물시장으로 올라가는 식재료의 경우 산지수집상, 유통상인, 도매법인, 중매인, 도매상을 거쳐 소비자를 만나는 데 최소 이틀 이상 걸린다.

 

△김 대표= 그러나 현실은 거상들이 이를 대량으로 산 뒤 비싸게 되판다. 좋은 품질로 내놓은 식재료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단가가 올라간다. 결국 대형이 아닌 중소 규모의 유통업체가 살아나야 한다. 여기에 운송 시스템·저온 창고를 완비하고, 식품안전을 위한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등도 갖춰야 한다.

 

△최 계장=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필요한 유통 경로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새나가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생산자는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하고, 소비자 역시 싼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지자체가 농가와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싼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지역 식재료의 생산과 판매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김 대표= 영농조합을 생산형 영농조합과 판매형 영농조합으로 따로 분리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영세한 농가에서 좋은 식재료를 내놓기에도 바쁘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엄선해서 지역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김 의원= 1990년대 초 한울생활협동조합이 지산지소 운동을 했다. 전주는 시장이 좁아서 잘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 대규모 식자재는 광주, 소규모 식자재는 대전에서 온다.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될 정도가 됐으면, 학교의 급식부터라도 지역 식자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의 경우 학교 교육의 중요한 축이 지산지소에 있다고 여긴다. 학교급식회와 급식지원센터, 지자체가 삼각 편대를 이뤄 학교 급식만을 위한 전용 물류창고가 따로 마련할 정도다.

 

△정 교장= 일본은 지역 식재료를 학교 급식에 끌어오기 위해 지자체가 30%, 학부모가 30%를 부담하는 방식을 유도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학교에서 지역 식재료를 쓰도록 권고했으나, 정부나 지자체 보조는 전혀 없었다. 영양사들이 지자체 지원이 없다면, 식판을 채우기가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학교 급식, 더 나아가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 활성화 될 때라고 본다. 완주의 로컬푸드 직매장과 비슷한 개념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최 계장= 농림수산식품부가 전주를 비롯해 함양·대구를 우수 외식업 지구(4억)로 지정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한옥마을 내 외식업 지구를 대상으로 지역 식자재를 공동 구매하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4월부터 영농사업단과 식재료 단지를 연계한 공동 구매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원=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된 콜럼비아의 포파얀의 사례를 보면 계절식이 잘 발달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전북은 나물 클러스터를 선점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정 교장= 전주가 세계에서 네 번째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와 무엇을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웰빙 음식으로 나물을 선점하면 좋을 것 같다. 전주 안에서 생산되는 나물만으론 양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본격화 되면,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거라 본다. (끝)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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