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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짓는 모습이 아름답다

▲ 주필
계사년 출발이 무겁고 착잡하다. 이길 선거에서 지난해 연거푸 두차례나 고배를 마셔 정치적 상실감이 컸다. 상당수 도민들은 선거에 져 멘붕에 이를 정도였는데 새해들어 또다시 프로야구단 유치 실패라는 좌절감을 맛보았다. 김완주 지사가 도정을 맡으면서 전북도는 실패의 연속시리즈다. 그렇다고 책임짓는 모습도 없어 도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간 도민들은 해가 바뀌면 뭔가 희망이 없을까 실날같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넋을 잃었다. LH 유치 실패 이후 또 프로야구단 마저도 물거품처럼 날아갔다. 도민들은 '되는 게 없다'고 분통 터뜨렸다. 김지사가 마치 될 것처럼 그렇게 도민들을 몰아 세우더니 이제와서 "자본싸움에서 수원 KT에 밀렸다"고 설명하자 "김 지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도민들이 언제 김 지사 한테 프로야구단을 유치해 달라고 했던가. LH유치 실패로 궁지에 몰린 자신이 먼저 정치적 책임을 면하려고 계책을 쓴 것이 다름아닌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였다. 김지사는 LH 유치 실패 이후 프로야구단 유치에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다. 되지도 않을 일을 무모하게 추진한게 잘못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냉엄하다. 모든 걸 돈의 논리로 재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이 판치는 프로스포츠 세계를 지역균형발전 논리 하나로 접근시켰다는 것 자체부터가 어설펐고 어리석었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그간 김지사가 추진하는 도 행정이 시끄럽기만 했지 실속이 없었다.

 

처음부터 10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에 의구심이 든다. 주도면밀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주도 정해 놓지 않고 막연하게 하림만 떠올렸다는 것이 상식이하다. 그냥 도식상으로 하림~전북은행~일진을 콘소시엄으로 묶어서 구단주로 정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기업형편상 한동안 억지춘향이 노릇을 한 하림과 도금고 유치를 눈 앞에 뒀던 전북은행도 눈치 보느라 애썼다. 도내서는 정보와 돈을 쥔 도청이 가장 힘센 기관이어서 이 눈치 저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 야구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서가 맞지도 않은 건설회사 부영을 급조해서 구단주로 끌어 들였다. 사실 부영은 전북도의 제의에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에 응낙한 것. 밑져봤자 본전인데 안할리 만무하다. 이 과정서 이연택 전 장관의 역할이 컸다. 부영은 짧은 기간 동안 PR 잘했다.

 

군산상고 9회말 역전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도가 발버둥쳤지만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일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패착이었다. 끼어들 판이 아니었는데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지사가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프로야구단 유치를 들고 나온 것이 결국 도민들에게 열패감만 안겨줬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유치 경쟁에서 실패한 것은 책임져야 한다. 남 탓으로 돌리고 그냥 적당히 얼버무릴 문제가 아니다. 도민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줬기 때문에 김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분명 김지사는 LH와 야구단 유치 과정 때 쓴 비용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김지사는 신뢰를 잃어 앞으로 무슨 일을 한다 해도 영이 안선다. 이번 실패 말고도 김지사가 가장 잘못한 일은 지난 2009년 7월29일 MB에 쓴 '감사의 편지'다. 당시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왜 200만 도민들을 물고 들어가 사은숙배(謝恩肅拜)를 했냐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혼자 이름으로 써도 논란거리가 될 편지를 하필 200만 전 도민의 이름까지 도용해서 쓴 것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아무튼 민·관선 단체장만 20년 가까히 해온 김지사가 더 욕심 부리지 말고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자신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본인은 3선 출마여부를 7월께 밝히겠다고 했지만 그건 언어의 유희 밖에 안된다. 제발 도민들을 더 실망시키지 말고 조용히 임기를 마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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