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도민들은 해가 바뀌면 뭔가 희망이 없을까 실날같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넋을 잃었다. LH 유치 실패 이후 또 프로야구단 마저도 물거품처럼 날아갔다. 도민들은 '되는 게 없다'고 분통 터뜨렸다. 김지사가 마치 될 것처럼 그렇게 도민들을 몰아 세우더니 이제와서 "자본싸움에서 수원 KT에 밀렸다"고 설명하자 "김 지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도민들이 언제 김 지사 한테 프로야구단을 유치해 달라고 했던가. LH유치 실패로 궁지에 몰린 자신이 먼저 정치적 책임을 면하려고 계책을 쓴 것이 다름아닌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였다. 김지사는 LH 유치 실패 이후 프로야구단 유치에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다. 되지도 않을 일을 무모하게 추진한게 잘못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냉엄하다. 모든 걸 돈의 논리로 재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이 판치는 프로스포츠 세계를 지역균형발전 논리 하나로 접근시켰다는 것 자체부터가 어설펐고 어리석었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그간 김지사가 추진하는 도 행정이 시끄럽기만 했지 실속이 없었다.
처음부터 10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에 의구심이 든다. 주도면밀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주도 정해 놓지 않고 막연하게 하림만 떠올렸다는 것이 상식이하다. 그냥 도식상으로 하림~전북은행~일진을 콘소시엄으로 묶어서 구단주로 정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기업형편상 한동안 억지춘향이 노릇을 한 하림과 도금고 유치를 눈 앞에 뒀던 전북은행도 눈치 보느라 애썼다. 도내서는 정보와 돈을 쥔 도청이 가장 힘센 기관이어서 이 눈치 저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 야구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서가 맞지도 않은 건설회사 부영을 급조해서 구단주로 끌어 들였다. 사실 부영은 전북도의 제의에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에 응낙한 것. 밑져봤자 본전인데 안할리 만무하다. 이 과정서 이연택 전 장관의 역할이 컸다. 부영은 짧은 기간 동안 PR 잘했다.
군산상고 9회말 역전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도가 발버둥쳤지만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일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패착이었다. 끼어들 판이 아니었는데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지사가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프로야구단 유치를 들고 나온 것이 결국 도민들에게 열패감만 안겨줬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유치 경쟁에서 실패한 것은 책임져야 한다. 남 탓으로 돌리고 그냥 적당히 얼버무릴 문제가 아니다. 도민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줬기 때문에 김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분명 김지사는 LH와 야구단 유치 과정 때 쓴 비용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김지사는 신뢰를 잃어 앞으로 무슨 일을 한다 해도 영이 안선다. 이번 실패 말고도 김지사가 가장 잘못한 일은 지난 2009년 7월29일 MB에 쓴 '감사의 편지'다. 당시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왜 200만 도민들을 물고 들어가 사은숙배(謝恩肅拜)를 했냐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혼자 이름으로 써도 논란거리가 될 편지를 하필 200만 전 도민의 이름까지 도용해서 쓴 것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아무튼 민·관선 단체장만 20년 가까히 해온 김지사가 더 욕심 부리지 말고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자신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본인은 3선 출마여부를 7월께 밝히겠다고 했지만 그건 언어의 유희 밖에 안된다. 제발 도민들을 더 실망시키지 말고 조용히 임기를 마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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