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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바우처, 소외계층과 문화나눔

▲ 김 선 태

 

문화바우처사업단 단장

정부에서는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이용권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문화바우처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공연·전시·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관람료 및 음반·도서 구입비를 지원하는 문화복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2년도 전라북도 문화바우처 예산은 34억 원 정도였다. 전라북도의 대상자 10여만 명 가운데 약6만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예산의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2013년 1월 24일 현재 문화카드는 98.2%가 발급되고, 소진율도 80%에 임박하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하면 같은 시기에 비해 이용률이 대폭 신장되었다.

 

문화바우처 사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일선 현장에서 문화카드 발급과 충전 업무에 최선을 다한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역예술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능기부, 사회복지 관련 근무자들을 비롯한 각계의 보이지 않는 후원의 손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현장에서 문화바우처 이용자들을 찾아 바우처를 소개하고, 이용을 촉진하였던 20여명의 문화복지전문인력들의 노력이 값지게 배어 있다.

 

그런데 바우처 활동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먼저 문화카드 발급과 충전업무를 전개하는 행정담당자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발급이 원활하지 않다. 또한 문화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맹점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군·면단위 마을사람들은 카드를 가지고 있어도 이용이 제한적이다. 문화부에서 추진하는 '스포츠 바우처'와 '여행 바우처'는 문화바우처와 사업명이 비슷하여, 도통 어느 게 어느 것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문화바우처의 이용기간 또한 적절하지 않다. 4월이나 5월경에 사업이 시작되어 그 다음해 2월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사업비의 소진에 급급한 측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도시 밖의 마을에 살고 계신 고령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순위에 밀리고, 고령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발급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지리적 소외와 함께 사회에서 배제된 연령층이라는 이중의 소외 속에 갇혀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가난하고, 병들고, 나이 들어 외로운 분들이 많다. 그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또한 이용자들은 적은 금액이지만 문화적 권리로써 문화바우처를 이용하여 삶의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문화바우처 지원기관이 이름을 내세워 시혜자로서 군림해서는 안 된다. 전달자가 드러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무관심에서 시작된 문화바우처사업이 벌써 8년째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감동이 있었다. 가깝게는 지난 가을 고령의 어르신들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송대관과 태진아의 공연을 관람하셨다. 평생 마을에만 일만 하셨던 어르신들은 공연을 관람하시고 난 후, "내 평생 여한이 없다"고 했다. 그 관중 속에는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마을 밖을 나와 일반인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센병 환우들도 있었다. 한 번 문화바우처를 이용해본 한센병 환우들은 이후 300여명이 문화바우처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이용하였다. 전라북도 내 300여 마을을 방문하여 마을사람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회도 진행하였다. 이 밖에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 흥겨운 놀이판을 벌이기도 했다.

 

문화바우처가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작은 행동이 우리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끝으로 2012년 문화바우처 사업은 오는 2월에 종료하고 다시 2013년 문화바우처 사업이 전개된다.

 

△ 김 단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한 후 안동대에서 석 박사(민속학) 과정을 마쳤다.(사) 문화연구창 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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