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칼라 수놓은 400여점 수록 아름다운 장정… 기념비적 자산
'검정 운동복 차림으로 가을 운동회에서 탑을 쌓고 있는 초등생들, 전주 풍남문 앞에서 머리에 광주리를 인 한복 입은 아낙, 항아리 장사들이 전주천에서 홍수에 떠내려가는 항아리를 붙드는 모습…'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전북의 과거가 사진으로 되살아났다.
전북일보가 한국전쟁 후 지금까지 걸어온 전북의 현대사 기록을 사진집으로 내놓았다. '전북의 타임캡슐'에 차곡차곡 쌓여 농축되어 있던 전북의 역사를 암실에서 세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서다.
1950년 한국전쟁의 포연 속에서 창간된 전북일보는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지켰으며, 전란 후에는 폐허의 보릿고개를 민초들과 함께 넘었다. 전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진 현대사 격랑의 한 복판에서 60년 성상의 시련과 감동의 현장을 전한 역사의 증인이었다.
'기억'으로 이름 붙여 발간한 이 사진집은 바로 전북일보에 비친 전북 현대사 60년 영욕의 생생한 역사이자 전북의 자화상이다. 전북일보가 '학고재'(대표 우찬규·學古齋)를 통해 발간한 사진집 '기억'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전북에서 일어난 사건과 풍광을 담은 400여 점의 사진들을 수록했다. 전북일보에 보관된 수만 장의 필름 중 전북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을 추려 실었다. 전북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2010년 개최한 '전북의 자화상'전시회 때 관람객들과 만났던 700여 점의 사진을 다시 엄선해 제작한 것이다.
사진들은 195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정리해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양식 등 시대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1960년대 전주의 모습이 흑백 사진의 아련한 추억으로 담겨졌고, 70년대 후반 이리역 폭발사고, 80년대 민주화 운동, 90년대 위도 페리호 침몰 사건, 2000년대 전북의 최대 현안이 된 새만금사업 등 전북에서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기억의 역사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전북일보에 실렸던 '웃는 전북''생태사진'등을 통해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건강성도 읽을 수 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은 "사진은 죽어가는 시간을 붙든다. 기억의 증거로 문서가 있고 사진이 있을 것이다"며, "수만 점의 옥석 중에서 추려낸 귀한 옥들이 앞으로 전북의 미래를 조망하는 데도 더욱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고 책 서문에서 밝혔다.
문의 063)25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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