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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본의 명성, 유지에서 확산으로

▲ 홍 성 덕

 

전주대 교수

우리고장은 역사수호의 고장, 기록문화의 메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전주사고의 실록보존이나 완판본의 등장은 역사와 기록의 중심지로서 상징적인 사례이다. 특히 완판본은 전주와 전주인근 지역에서 제작된 고도서를 총칭하는 것으로 판매용으로 제작된 방각본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완판본 문화관을 건립할 수 있을 정도로 출판문화도시로서의 명성은 충분하다.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위탁 보관 중인 전주향교 완영책판은 전국적으로도 유일한 문화재로 그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현재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목판을 지정하려는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 6만4천여 점의 목판이 보존되어 있지만, 감영에서 제작 사용한 목판은 단 1점도 없다. 우리 지역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방각본 고소설 역시 경상도 지역에서는 한 책도 간행된 적이 없다. 전주는 조선시대 단일 도시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책을 출판한 도시이다. 현존하는 완영책판은 5,059개로 총 9,830장 19,660면에 해당하며, 모두 유학사상의 교육서이거나 업무 지침서들이다. 아울러 방각본 고소설과 사서삼경 언해본의 출간 역시 지식 보급과 향유의 중심지로서 전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코어이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과 완판본 문화관의 개관은 지역의 문화자산을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지산업의 진흥을 위한 일련의 노력도 기록문화도시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기록문화도시 조성이라는 커다란 비전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자산들을 퍼즐 맞추듯이 하나씩 모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때 그때의 일상에 쫓겨서 넓은 숲을 조망하지 못한 채 눈앞의 단위 사업에만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고개를 들어 숲을 그려보아야 할 때이다.

 

먼저, 조선왕조실록, 완판본, 한지, 인쇄출판 등 기록문화요소를 담아 낼 큰 그림이 필요하다. 개별 사업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고민하고 추가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추진 중인 사업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문화자산의 가치를 더 높이고 알려야 한다. 어진을 국보로 승격시켰듯이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04호로 지정된 전주향교 완영책판을 보물로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방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 이후 완영책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와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완판본 문화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끝으로 문화자산을 확대 수집하는 것이다. 완판본의 고장이라지만 완판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기관은 없다. 완판본의 고장에서 모든 완판본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완판본 도서를 모두 모아 연구ㆍ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완판본아카이브센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서 문화 산업화를 모색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사업은 한지 도서 출판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전통한지만 복원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완판본은 한글서체의 개발과 서체 집자프로그램 등과 같은 응용 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출판문화 진흥을 위한 지방정부의 지원책을 만들자. 지역에서 간행한 도서 중 정말로 좋은 책을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구입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 출판사가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대형 도서유통업체에 헐값으로 넘기는 지역의 출판 시장을 탄탄하게 할 때, 가장 좋은 책을 잘 만드는 도시, 완판본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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