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올림픽 퇴출 소식에 지도자 등 충격…훈련 여념없는 선수 100명 허탈감속 구슬땀
레슬링 종목이 올림픽에서 퇴출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통적으로 레슬링에 강했던 전북에서는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학부모들도 허탈감과 함께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여부는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IOC 총회 때 최종 결정되지만,
이미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퇴출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레슬링에 관한 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안광렬, 김익종, 백승현, 안한영, 배기열, 고 강용식 등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다.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인탁이나 88올림픽 동메달을 딴 김태우 역시 전북 출신이다.
전국체전때마다 전북은 레슬링에서 4~5개의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갑자기 올림픽 퇴출 소식이 전해지자 도내 레슬링인들의 충격은 의외로 크다.
올림픽 종목 퇴출 대상으로 최종 확정된다 하더라도 레슬링은 2016년까지는 정식 종목이지만, 앞으로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때문이다. 가뜩이나 투기 종목을 꺼리는 학부모들의 동요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13일 전북체고 체육관.
이곳에서는 도내 중학교 레슬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합동훈련은 겨울방학과 동시에 시작됐다.
전북레슬링협회 신상문 전무이사의 지도아래 30여명의 초롱초롱한 눈방울을 가진 중학교 선수들은 먼 훗날 올림픽 무대를 석권하겠다는 각오로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에 임했다. 허탈감 속에서도 희망찾기에 나선 것이다.
도내 레슬링 선수는 100명이 훌쩍 넘는다. 중학교의 경우 전주동중, 진안중, 군산산북중, 부안중, 이리영등중, 전북체육중 등 6개 학교에서 육성하고 있고, 고교는 전북체고와 영생고에서 선수를 키우고 있다.
대학은 우석대, 원광대, 전주대 등 3곳에서 레슬링팀을 운영중이며, 전북도청 레슬링팀도 탄탄한 전력을 보이고 있다.
제2의 유인탁을 꿈꿔왔던 학생 선수들은 올림픽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자칫 올림픽 정식종목 제외로 인해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레슬링협회 신상문 전무이사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제외돼서 너무 침통하다"며 "선수와 지도자 보다도 오히려 학부모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전북체육회 김승민 훈련과장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충격을 전했다.
86아시안게임때 동메달을 따내고, 8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결국, 레슬링 하나로 전북체육회에 입사해 간부까지 됐기에 김승민 훈련과장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희망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박진규 전주대 레슬링감독은 "고대올림픽때부터 도입됐던 레슬링 종목이 제외되는게 말이 되느냐"며 "최종 결정때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반드시 지켜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끝내 올림픽 종목에서 레슬링이 빠질 경우 누가 힘든 운동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레슬링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제대로 진로를 선택했는지 자문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고교생 아들이 지옥훈련을 할때마다 가슴이 아픈데, 만일 올림픽 출전 기회조차 봉쇄된다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운동을 해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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