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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그 어지러움에 대하여

▲ 이 향 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운영팀장

나는 누구인가?

 

나는 서류를 검토하고 공연을 모니터하고 평가 작업을 한다. 가끔은 사업진행을 하기도 하고 공연제작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굳어버린 머리에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면서 책을 보고 밤을 새워 숙제를 하고 어린 동기생들과 강의실에서 토론을 한다. 나는 행정가인가, 기획자인가, 학생인가?

 

K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일한다. 소소한 일들은 아랫사람들이 다 한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배우는 입장이 되어 열심히 악기를 연습한다. 몇 달 후에 있을 공연 연습에 매진하다 보면 행복하다. 의료행위보다 첼로 현을 켜는 그 자체가 더 인생에 여유를 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해 부지런히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K씨는 의사인가, 예술가인가, 관객인가?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경계에 서있다. 굳이 경계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것이 결코 본업이 아니기도 하지만 또한 본업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학생이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성적에 신경을 쓰게 되고 장학금이란 단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학금은 공부하려는 목적을 가진 전업학생에게 그 공부에 대한 의지를 격려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면 예술가에게 주는 장학금(혹은 지원금)은 어떠해야 할까? 동일한 관점에서 보면 예술행위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전업예술가 중 창조적인 행위자체를 위해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그렇지 않음이 보여진다. 전업예술가가 존중되어져야 하고 전업예술가를 위한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갈수록 동호회나 아마추어 예술인들에게 지원금이 편중되기도 한다. 내가 장학금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그런 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경계에 선 예술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 무엇인가 이상하다. 학교에서는 무용학과가 없어지고 있고 국악과 졸업생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동호회만 늘어난다고 하면 이건 뭔가 아닌 것 아닌가? 기초예술이 무너진 상태에서 취미활동으로서의 예술활동이나 공연마케팅은 존재할 수 없지 않는가?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타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칫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경계를 허물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유연하고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K씨는 첼로를 켜는 행위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좀 더 다감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K씨는 경계에 선 사람들이라 어지럽기는 하겠지만, 경계를 넘어서서 혼동을 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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