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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을 꿈꾸며

다양한 직업전문가들 농어촌에 정착하도록 지원정책도 바꾸어야

▲ 진 영 곤

 

감사원 감사위원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귀촌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1만 가구, 2만3000여 명이 농촌으로 이주해 2011년 대비 2.6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전북지역에도 지난해 550명이 귀농해 2011년에 비해 80%가 늘어났다. 귀농·귀촌인구가 늘어나는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와 일자리 부족 등 도시에서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는 현실이 맞물려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건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활력을 잃어가던 농어촌에 활력을 주고 도농간 지역균형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도 귀농·귀촌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창업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등을 싼 이자로 빌려주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지원 사업 대상을 세대주가 가족과 함께 농어촌으로 이주해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이다. 농어촌이 활성화되려면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야 하지만 이들이 모두 농어업을 전업으로 하거나 농어업 관련 사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다. 생활비는 연금이나 기타 소득 등으로 충당하면서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도 농어촌 지역사회를 윤기 있고 다채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농사는 텃밭에 취미삼아 푸성귀 조금 심어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 생활비가 도시에 비해 적게 들기 때문에 어지간히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했거나 지역사회에서 이런 저런 일자리로 조금만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IT·금융·교육 등 전문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지역 주민의 사회적·경제적 활동과 아이들의 교육에 재능 기부를 통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귀촌인에 대한 지원도 인색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요즘 세상에는 지리적인 거리감으로 소통에 불편을 겪을 일이 없다. 문인이나 예술인들도 지자체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삶을 기꺼이 택할 것이다.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가 16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면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라. 경남 남해에는 간호사와 광부로 독일에 갔던 분들이 붉은 지붕과 하얀 벽이 아름다운 집을 짓고 모여 살고 있는 독일인 마을이 있다. 이들은 자기들이 거주하는 집을 펜션으로 제공하고 매년 10월이면 독일의 유명한 옥토버 페스트를 본 딴 맥주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이 남해를 찾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첨단 농업기술을 습득해 부농에 도전하는 젊은 귀농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농어촌에서 계속 살고 싶게 하려면 농어촌 지역사회가 이들의 사회적·문화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전국 지자체들이 대부분 문예회관 등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그 안에 어떤 컨텐츠를 채워 놓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컨텐츠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예전에 전남 보성의 대원사에 간적이 있다. 절 입구에 티벳박물관이 있는데 시골에 있는 박물관 치고는 상당히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군청 공무원들의 작품이 아니고 대원사 주지스님이 티벳불교에 심취해 열성으로 만들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 농어촌에 많아져야 농어촌에 살맛이 나게 된다. 50대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도 농촌마을에서는 젊은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부터 끌어들이자. 그러려면 우리 고향 어르신들이 귀농·귀촌인들을 더욱 따뜻하게 맞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고향출신이든 타향출신이든 차별 없이, 살아가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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