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떠나 전주문화원장 취임하는 나종우 전 원광대 교수
그는 몇 날 며칠 잠을 못 자는 일이 있더라도 38년 간 학생들의 시험 채점을 조교에게 맡겨본 일이 없을 만큼 철두철미한 교직자였고, 지역을 먼저 아끼고 사랑하는 식견 있는 사학자였으며, 시의 적절한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연단을 쥐락펴락 해온 인기 강사이자 칼럼니스트였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 "당당하게 살자"는 평소 철학대로 지독하리만큼 빈틈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해온 그는 "여러분들의 젊음이 부럽긴 하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싫다. 또 다시 그렇게 치열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답변으로 지나온 세월을 짐작케 했다.
긴장감 있게 보내온 그간의 시간과 결별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는 직접 사회를 맡아 혈기방장(血氣方壯)한 모습으로 초청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적극성은 여전했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0년을 훌쩍 넘기는 시간을 '형' '동생'으로 보낸 이들까지 다양했다. 서울·군산을 찍고 뒤늦게 식장을 찾은 김완주 도지사는 "오랜 시간 형·아우하며 지낸 덕분에 쓴소리도 허물없이 하는 유일한 동생"이라고 했고, 팔목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김성주 의원이나 뻗치는 에너지하면 절대 뒤지지 않는 유영미 전북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등도 안부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평소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잘 놓지 않는 나 교수는 이날 흥에 못 이겨 최무현 전주예총 회장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등대지기' ,'고향의 봄'을 불렀고, '나 교주'(?)의 오랜 열혈 여성 신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8일 전주문화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그의 '드림 에이지'(Dream Age·새로운 꿈을 꾸는 나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주가 천년고도 문화도시라고 불리는데, 전통문화를 어떻게 끌어올까 생각 중"이라는 그의 고민은 "사라진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잃어버린 문화를 '계승'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졌다.
취임식은 8일 오후 4시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 이미 지난 행사에 참여해준 고마운 지인들에게 신세를 갚겠다며 차례대로 점심 약속을 잡느라 분주한 그에게서 어쩌면 쉬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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