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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돼지고기 넣은 짜장면도 부처님 마음"

노숙자·노인·이재민 찾아 직접 짜장요리 봉사 / 2009년부터 총 180회 8만3000그릇 무료 제공

▲ 운천스님이 짜장면 빼는 기계에 크게 다친 손을 보여주며 멋쩍게 웃고 있다.
남원시 도통동에 위치한 선원사(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 말사)의 운천 주지스님은 '짜장 스님'으로 통한다.

 

짜장면을 만드는 스님,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운천 스님은 왜 짜장면을 만들까?

 

팔기 위한 짜장면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의 이웃 등을 공양하기 위한 사랑의 짜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노숙자, 가난한 노인, 군인, 재난지역, 복지시설 등 짜장면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짜장 봉사활동은 180여회에 이르고, 대략 8만3000그릇이 이웃들에게 제공됐다. 물론 일체 무료다.

 

'왜 이렇게 열심히 짜장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세상을 살면서 함께 나누는 것 보다 좋은 공덕은 없다. 헐벗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가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짜장과 스님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천 스님은 지난 2009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때 짜장면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한 처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많은 분들이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찾아가는 불교'를 실천하는 것이라 판단했던 것.

 

처음에는 "남원지역에서나 봉사활동을 하지, 왜 타지역에까지 나가느냐"며 적잖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스님은 기존 관념과 영역을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등 종교를 가리지 않고 짜장 봉사활동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님의 짜장 재료도 관심사다. 과연 고기가 들어가느냐? 스님은 짜장면에 고기를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돼지고기를 사용한다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왕 마음을 주려면 정성을 다해 줘야한다"는 게 스님의 판단이다. 또 짜장면에는 양파, 표고버섯, 감자, 당근 등 20가지의 재료가 사용된다. 모두 건강식이다. 스님과 신도들이 직접 가꾼 채소를 주재료로 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원, 위도 등 전국각지를 돌며 봉사활동을 펼치다보니 차량 유지비와 재료조달(밀가루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스님은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수확해 당뇨와 다이어트에 좋다는 국우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금난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최근 짜장면 빼는 기계에 손까지 크게 다쳤는데도 스님은 봉사활동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

 

운천 스님은 "봉사활동을 즐기면서 하다보니 너무 재미가 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노력하면 길이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짜장이 필요한 곳은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운천 스님은 지난해 지구촌공생회가 건립한 네팔의 한 초등학교에 2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신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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