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강준만 교수·재학생들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화'
'한국의 특수성 중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의존도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바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성을 지닌 나라이니 우리는 밖을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모든 걸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바로 세계 지역연구다.'
전북대 강준만(사진)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세계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세계 문화의 겉과 속''세계문화사전''세계문화전쟁''세계의 대중매체''미국사 산책'(전 17권) 등과 같은 저서가 그 결실이다. 세계 지역연구 가운데서도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그가 세계 문화를 대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책을 냈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화'(인물과사상사).
■ 한국vs외국 에피소드로 풀어내
이 책은 강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는 전북대생들에게 가능한 한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관련 리포트를 쓰도록 한 뒤 이를 추려서 정리한 내용들로 구성했다. 교수와 학생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내 평소 지론이지만,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감수성이 발달한 시기는 20대다. 이 책의 많은 필자들이 20대의 학부생이라고 해서 행여 낮춰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매년 외국을 나가는 우리 관광객의 수가 1000만 명을 넘는다.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외국 물 안 먹은 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각자의 체험을 근거로 한 '세계 문화 산책'이되, 예민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보고자 애를 썼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혔다.
'유머와 소통''성과 남녀 관계''패션의 사회학''라이프스타일과 취향''대중문화의 사회학''인간관계와 집단주의''대학문화와 소통'등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에 안주해 우리끼리만 살았으면 모르고 지냈을 법한 외국과의 다른 점을 학생들의 눈으로 편하게 이야기한다.
필리핀 여행에서 여장을 한 동성애자의 유혹을 받은 경험과 트랜스젠더에게 헌팅당해 키스까지 한 친구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가 하면('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다리 노출에 관대한 우리 문화와 반대로 가슴 노출에 너그러운 서양 문화를 탐구한다('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기저귀 패션에 강한가').
또 미국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 학생으로 지내면서 한국과 외국의 커플 문화 차이를 보여주고('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통과의례인 셀카 인증샷을 찍는데 브라질 친구가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사진 찍어드릴까요?"물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도 간접적 비교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우리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아 교사에게 예의 바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꺼려하고 소극적인 중국 학생들과, 자신이 받은 시험 점수도 못마땅하다고 선생님에게 항의하지만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전주스타일'을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미국 학생들을 통해 문화의 차이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한다('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왜 태국은 미소의 나라가 되었을까''세계 각국의 유머 코드''왜 이탈리아인은 두 팔을 잡히면 말을 못하나-서양인과 동양인의 제스처 문화''왜 미국인은 섹스 스캔들에 집착하나-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문화적 차이''왜 한국 주부는 밖에 나갈 때만 꾸미나-한국 주부와 프랑스 주부의 꾸미기 문화''왜 한국의 파파라치는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없나-영국 미국 일본 한국의 파파라치 문화''왜 한국은 스몰 볼, 미국은 빅 볼인가-한미일 야구문화''왜 한국인은 해장도 끼리끼리 하는가''왜 한국에선 한 시간 알바로 커피도 못 사먹나' 등의 제목에서 보여주듯 세계문화와 한국 문화간 차이를 재미있게 엮었다.
■ 한국 이해하는 24가지 질문
'"세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린 글들의 제목이 대부분 '왜 한국~'으로 시작하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남의 집에 놀러가서 그 집안이 어떤지 평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거점이 있어야 한다. 그 준거점이 바로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을 잘 모르면서 남의 집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한 전제는 자기 자신, 즉 자기 문화를 잘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자기 문화와의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인 동시에 한국학 연구인 셈이다."
이 책의 24가지 장 제목의 대다수가 '왜 한국~'으로 시작하는 이유와 관련한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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