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2 00:31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향토장학금이 지역 인재 키운다

이승재 서울지방우정청장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 자원였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한국의 교육열풍은 어떻게 보면 지난 50년간 경제발전을 이루는 결정적인 뒷받침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모님들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시절에도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를 팔아 자녀의 학비를 대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기도 했다. 벌써 30년이 지난 일이지만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매월 부모님이 보내주는 학자금을 손꼽아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당시 장학금을 받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웠고 대학생 과외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생활비는 어렵지 않게 벌어 쓸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 과외금지 조치로 인해 생활비를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길이 꽉 막혀버렸기 때문에 시골 출신 학생들에게는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만 것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였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난은 지금보다 덜했던 것 같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불을 넘어선 요즘에도 대학생들의 어려움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비싼 대학등록금과 높은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온갖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떤 학생은 직접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7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경우도 있었다. 한참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일자리로 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캠퍼스 푸어(campus poor)'가 많은 환경 속에서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기부문화가 일상화돼 있는 미국은 능력이 있는 학생이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가는 경우가 없도록 장학금과 융자제도가 잘 돼 있다. 매년 150만 개에 달하는 각종 장학금이 대학 ·기업·자선단체들에 의해 미국 전역 고교생 및 대학생들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영남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이효수 교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국가발전은 인재의 육성과 활용능력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았다. 미국의 샌디에고나 위스콘신과 같은 도시는 지역 인재 육성을 통한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발전을 일으킨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기부자와 장학금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 수에 비해 아직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국가보다 지역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지역의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도에서도 2000년부터 인재육성재단을 통해 향토인재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지만 타 지역에 비해 굵직한 기업도 드물고 재정자립도가 약해 지원규모가 미흡한 것 같다. 더 많은 향토장학금을 조성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이들이 학창시절 받았던 장학금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되돌려 주는 선행이 대물림됐으면 한다.

 

향토출신의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남산문화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던 고(故) 유기정 선생이 생각난다. 나도 대학시절 선생께서 주신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고마움을 지금까지 잊은 적이 없고 나도 그 숭고한 뜻을 고향을 위해 되갚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젊은 학생들에게 지역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은 희망과 애향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며 이들은 머지않아 전북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동량(棟梁)이 돼 나타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