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 전주완산교회 목사
삶이 고단하다고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의 이기에 적응해야 하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계속 채찍을 가해야 하는 현실이 벅찰 수밖에 없다. 도내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이런 팍팍한 현실을 딛고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길을 구했다. 매주 한 차례 연재할 '종교칼럼'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길인지 생각할 수 있는 자리다.
옛날에 기차를 타고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여자가 있었습니다. 기차를 처음 타게 된 이 여자는 기차가 막 출발하면서야 겨우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창문을 알맞게 열어보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넓은 느낌이 들어 조정해보면 좁아져버렸고, 너무 좁은 것 같아서 조정해 보면 또 너무 넓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한참동안 씨름하다가 겨우 알맞은 넓이로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그 다음에 여자는 커튼을 가지고 씨름을 했습니다. 알맞게 빛도 들어오고 경치도 보일 정도로 조절하기 위해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애를 썼습니다. 그 후에는 여행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기 위해서 신발을 벗고 의자에 올라갔습니다. 알맞게 정돈하려고 흔들리는 열차에서 진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여행할 때 쓰려고 산 새 모자가 상하지 않도록 여기에도 얹어보고 저기에도 얹어 보았습니다. 가방 위에 얹어보았으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옷걸이에 걸어보았지만 바람 때문에 그것도 염려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후 여인은 거울과 빗을 꺼내어 그 동안 정돈하느라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성들여 빗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평안한 자세로 가려고 하는데 열차의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기차에서 내리던 여인이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이토록 금방 내릴 줄 알았으면 쓸데없이 그 수선을 떨지 말걸 그랬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여행은 생각해 보면 정말 잠깐입니다. 기차를 타면 금방 내려야 하듯 눈 깜짝할 사이에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인생을 가리켜 '아침 안개'와 같고 '풀의 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짧고 빠른 인생인 것을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괜한 불평을 한 적이 많습니다. "나는 언제 자라서 숙제 없는 세상에서 살고, 언제 장가라도 가보나?" 그러나 지금은 세월이 더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의 체감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가슴이 저려올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20-30대는 하나 둘 셋으로 가고, 40-50대는 둘 넷 여섯으로 가고, 60대는 다섯 열 열다섯으로 가고, 70세가 넘어가면 열 스물 서른으로 간다."라고 했는데, 이는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일 것입니다. 돌아서면 나이 먹고, 돌아서면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는 것이 인생입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러므로 헛된 일에 분요할 수 없습니다. 쾌락에 인생을 팔고, 탐욕의 노예가 되어 생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가치 없는 일에 마음을 빼앗겨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기차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그 언젠가 나도 인생의 종착역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 때 행여 이런 후회가 없기를 바랍니다. "아! 이토록 금방 내릴 줄 알았으면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좀 더 잘 살아볼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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