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두 교수 '한국 민족공연학'
전공은 현대시였으나 연극·희곡을 공부하면서 김익두 전북대 교수(58)는 일찍부터 '샛길'로 빠졌다. 이기우 선생을 은사(恩師)로 둔 덕분에 판소리·굿·농악 등에 관한 별난 호기심을 격려 받아 전국의 '쟁이'들을 쫓아다닌 것.
그가 출간해온 '전북의 민요'(1989),'판소리 그 지고의 신체전략'(2003),'위도 띠배놀이'(2007), '풍물굿 연구'(2009) 등을 보면 거의 인생 자체가 민속학과의 동행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민속학·문화인류학과 다른 갈래로 분류되는 것은 미개척분야인 공연학으로 접근해 나름의 전범을 세운 데 있다.
30여 년 간 뚝심의 연구 끝에 내놓은 '한국 민족공연학'(지식산업사)은 여기에 미친 한 사내의 집념의 결과물이다. 단, 이러한 논의 과정이 규정적·연역적 보다는 기술적·귀납적으로 이뤄졌으며, 최소한 것만 규정하고 그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의 가능성을 개방해 놓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서 그는 일단 우리 공연문화의 양식인 대동굿·무당굿·풍물굿·꼭두각시놀음·탈놀음·판소리 등을 분석·해석해 공연학적 의의를 탐색했다.
공연 분야의 이론을 뒷받침한 핵심적인 뼈대는 '신명의 원리'와 '비움과 채움의 원리'. 공연자가 시간적·공간적 장소를 마련한 뒤 청·관중이 추임새 등을 통해 신명을 메워나감으로써 두 원리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가설은 곧 두 원리가 생명을 중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삭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위안이 된다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모든 논의를 거친 끝에 꼽은 가장 탁월한 공연은 무당굿이다. 미신으로 치부 혹은 폄하되긴 했으나 신과 인간·삶과 죽음과 같이 분리된 세계를 융합시키는 유일무이한 양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동굿 중에서는 위도 띠배굿이 가장 복합적인 양식으로 꼽았다.
섣달 그믐부터 이듬해 정월대보름까지, 산·바다 가릴 것 없이 마을 전역에서 펼쳐지는 데다 무당굿·제사·민속놀이·민요·탈춤까지 한 데 녹아 있어 스스로도 20년 넘게 지켜봤을 정도로 흥미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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