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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에 가다】로컬푸드에 더한 어머니 손맛 '놀라워'

▲ 완주지역에서 생산된 제철식품으로 한상 가득히 차려 나온 비비정 농장 레스토랑 음식.

계절이 바뀌는 시기, 옷차림 만큼이나 난감한 게 바로 '뭘 먹을까?'하는 메뉴 고민이다. 계절이 변하니 입맛도 변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음식도 변한다. 오늘은 이런 걱정을 싹 날려주는 제철음식 레스토랑, 완주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 농가 레스토랑, 그 중에서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을 다녀왔다.

보슬비 내리는 오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독특한 건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주변 환경에 비해 튀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깔끔하고 소박한 건물. 특유의 디자인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풍취마저 느껴진다. 멀리서도 레스토랑임을 짐작케 하며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외관만큼이나 실내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누가 감히 농가라고 생각할까?"의문이 들 정도다.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실내 인테리어를 보며 레스토랑에 쏟은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천장에 달린 달 모양 조명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농가레스토랑 담당 사무국장님이 건축을 전공하셨다고. 이유야 어쨌건 이곳 건물이 멋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디자인에 한 눈 팔 수 없다. 음식을 맛보기 위해 주문을 시작한다.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주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1만원을 먹을 것이냐, 1만5000원을 먹을 것이냐"

이 한 가지 고민만 있을 뿐이다. 농가 레스토랑만의 특징이 바로 여기 있다. 다른 레스토랑은 일정한 메뉴가 존재하지만 농가 레스토랑은 계절별로 제철 식품을 이용한 음식이 주 메뉴가 된다. 방문한 날에는 '녹두'와 '시래기'가 주 메뉴였다. '1만5000원'짜리 메뉴를 주문하자 쏜살같이 '녹두죽'과 '샐러드'가 나온다. 빨간 무를 갈아 만든 식초를 곁들인 샐러드에 구수한 녹두죽이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나 최근엔 1만2000원으로 가격이 단일화 됐다.

녹두죽과 샐러드를 비우니, 하나 둘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격에 구애 없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밑반찬의 수만 15가지, 솔직한 심정으로 밑반찬만 먹어도 충분할 듯하다. 큼지막한 조기부터 각종 제철 음식들로 차려진 밥상에서 농가레스토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과 인심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확실한 한 가지! 아직 끝이 아니다.

녹두묵으로 만든 탕평채와 시래기 탕, 기름기가 쫙 빠진 수육은 오늘의 주 메뉴다. 가격차이가 나는 부분은 수육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수육을 먹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지인이 말하길 "음식 앞에서 고민하는 자는 남자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점심을 먹은 뒤 나온 저혈당 생강차는 너무 쓰지도 달지도 않아 뒷맛이 매우 좋았다.

실은 예순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보니 음식에 대한 걱정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편견이라기 보단 "음식이 조금 짜지 않겠냐"는 지인의 의견을 듣고 방문한 터라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확실한 기우였다. 밑반찬 하나하나, 주 메뉴 하나하나를 직접 맛보면서 놀라울 정도로 간이 잘 맞았다. 거기에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감칠맛도 더해졌다고 할까? 집 밥을 챙겨먹은 것 마냠 든든했다.

단순히 제철음식과 농가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점만으로는 사업을 이끌어 가기는 부족하지만, 비비정 마을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음식점의 기본이 되는 '맛'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고 싶다.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로 음식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재료의 맛을 유지한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부분들이 로컬푸드의 가치를 살리는 일 아닐까 싶다.

농가 레스토랑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식품을 주재료로 사용하기에 믿을 수 있다. 어머님들이 운영하다 보니 규격화된 요리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영식 사무국장은 "이것이 농가레스토랑의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다른 레스토랑처럼 꾸준히 같은 메뉴를 유지할 순 없지만,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을 이용하기에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고, 쓸 때 없는 제고가 줄기에 더욱 경제적이다.

지역 내 생산물을 지역이 소비한다는 '로컬푸드'의 개념이 획기적이었다면, 농가 레스토랑은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며, 고급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로컬푸드의 확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농가레스토랑이 농촌을 살리고, 도시민과 농촌의 연결 매개체가 되어줄지 주목해본다.

 

▲ 정세준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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