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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탓할 것인가

주필

 

별다른 희망이 없다고 장탄식만 늘어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과 같은 불리한 상황을 만든 게 남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도민들은 바깥 세상 변화에 둔감했다. 정치적으로 민주당 일당구조에 매몰된 탓이 크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의 인적구도를 잘못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황색 돌풍으로 기존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 거의 이름도 없던 무명급들이 전면에 나서 지역을 쥐락펴락했기 때문이다. 나설 사람이 나섰으면 괜찮았지만 역량 부족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은 게 문제였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도민들의 간절한 열망이 지역정서로 굳어지면서 지방선거를 통해 리더 그룹이 교체됐다. 그간 기득권 세력에 짓눌려 빛 못보던 세력들이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기회는 이때다해서 전면에 등장했다. 전문직 종사자나 재력가들은 지방의원에 나서고 싶어도 생업관계 등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 당시만해도 지방의원들이 무슨 일 하는지 조차 잘 몰랐던 때라서 더 그랬다. 자연히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에 기웃거리며 국회의원 한테 눈도장 찍었던 사람들이 대거 지방의원이 돼 유지반열에 올랐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정치권 주변서 놀던 사람들이 대거 지방의회로 진입한게 잘못이었다. 이들은 의회를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복마전 정도로 여겼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본연의 역할 보다는 우선 자기들 뱃속 챙기기에 바빴다. 영세 건설업자들도 배지를 연거푸 달면서 지역내 갑으로 변신, 자치단체들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써왔다. 왜곡된 지역정치구조가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인사청탁은 단골메뉴요 이권개입을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기고 마구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면서 갑 행세를 해왔다.

 

손가락질 받는지 조차 모르고 지방의원이랍시고 국회의원 밑에서 호가호위 했다. 이 게 지역을 보이지 않게 골병들게 만든 요인이다. 초창기 도의원들은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집행부를 어느정도 감시해냈다. 그런 역량 있는 의원들이 나중에 국회의원 시장 군수를 지냈다. 지금은 집행부 거수기 노릇 하기도 바쁘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밥값 못하는 의원이 많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오간데 없고 일부는 지사 3선 출마를 위한 장학생 역할에 매달려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구조라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앞서 지적했지만 민주당 일당 구조의 잘못된 정치형태가 가장 큰 문제다. 이 문제에 식상한 결과가 안철수현상으로 나타났다. 대선 패배이후 민주당이 지금껏 책임지는 모습을 안보여 도민들이 등 돌리고 있다. 이런 정당 갖고서는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서. 도민들도 상당부분 애정이 식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뭘까. 그 답을 우리한테서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말고 낡고 병든 리더십을 청산해야 지역이 살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여야 공히 지방의원 공천포기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물건너 갈 것으로 보인다. 공천권을 포기하면 국회의원들이 존재감이 없어질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껏 정치권에 붙어서 오지랖을 넓여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들도 이젠 뒷전으로 빠져야 한다. 본인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하겠지만 다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살아왔다. 지역 유지 대열에서 낙오 되지 않으려고 조폭마냥 끼리끼리 뭉쳤다. 지사의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해주려고 관변단체 역할을 해온 단체도 물갈이가 필요하다. 본인들은 나 만큼 지역을 위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하겠지만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다. 지역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면 리더로서 책임을 져야 맞다.

 

아무튼 현 정권이 전북을 푸대접한다고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내탓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오늘 같은 전북을 만든게 우리들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선거 때 확 바꾸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야 무력증에 빠진 전북을 살려 놓을 수 있다.

백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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