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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고 싶은 전북 만들기

진영곤 감사원 감사위원

남쪽지방에는 매화, 산수유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있는데 서울은 꽃샘추위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 가는 꽃봉오리들이 머지않아 화려한 봄의 자태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고장 전북의 자연경관은 장엄하지는 않지만 아름답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웰빙과 힐링을 찾는 사람들을 지역에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맑은 물과 공기를 갖춘 좋은 자연경관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뭐든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으로 족했지만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요즘 TV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보아도 현대인들이 몸에 좋고 맛있는 먹거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장은 먹거리 면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외지에서 음식점에 관한 정보가 없을 때는 전주식당 또는 전주한정식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 실패할 위험이 작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 고장의 전통적인 먹거리를 보다 다양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금보다 열배, 백배 더 많은 관광객을 우리 지역에 끌어 들일 수 있다.

 

전통적인 관광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대종이었다. 관광버스 타고 유적지나 명승지를 눈으로 보고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을 먹는 문자 그대로 '싸이트씨잉(sightseeing)'이다. 그러나 지금은 즐길 거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화천 산천어축제나 보령 머드축제가 특히 인기를 끄는 것도 단순히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이 아니고 직접 체험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볼거리는 한두 번으로 족하지만 즐길거리는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사찰에 처음 가게 되면 한번쯤은 찬찬히 절집을 둘러보지만 다음에 혹 등산길에 그 근처를 다시 가게 되면 한번 보았다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러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서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사람은 복잡한 일상생활에 지칠 때마다 다시금 산사를 찾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만 백견이 또한 불여일행이다. 한옥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고 하룻밤 잠만 자고 가게 하지 말고 현대인이 좋아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접목시켜 한번 온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올 수 있게 하자. 고인돌 유적지도 눈으로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원시생활을 몸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을까? 어릴 때 읽은 톰소여의 모험 이라는 소설에 보면 톰이 동네아이들에게 자기가 해야 할 페인트칠을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보이게 해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부터 과자를 받으며 일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농촌의 일손 부족도 도시인들을 끌어들여 재미있는 일처럼 하게 하여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모 언론사에서 벌이고 있는 일사일촌 운동도 하나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이다. 뭔가 의미를 부여해 사람들로 하여금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독일의 라인강에 가면 로렐라이 언덕이 있다.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연인에게 버림받아 죽은 후 요정이 되어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침몰시킨다는 설화와 함께 노래로도 유명한 곳이다. 막상 가서 보면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스토리가 입혀져 유명해진 곳이다. 스페인의 시골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 전북이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스토리를 잘 엮어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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