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량·출간 시점·책 상태 따라 1000원부터 / 전주 개점…"알짜배기 싼값에" 소비자들 몰려 / 출판계·서점가, 도서정가제·시장 타격 우려
경기 불황으로 책을 싼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대형 중고 서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라딘 중고 서점이 전주 고사동 일대에도 뿌리를 내렸다. 깔끔한 내부에 다양한 책을 사고 파는 알라딘 중고 서점 전주점은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입소문으로 점점 방문객들이 늘고 있는 상황. '문화, 경제로 읽다'에서는 대형 중고 서점에서 거래되는 책 가격을 알아본다.
지난 13일 문을 연 전주 고사동 기린오피스텔 지하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 서점. 계단 입구에는 당일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입고된 책 수량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오늘 들어온 책은 1492권. 수십 여 권의 책들로 도배된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100평(330㎡) 남짓한 매장 안에 2~3명의 고객들이 있었다.
"어, 싸네.""이 책도 있네."
중년 남성들은 매장을 쭉 둘러본 뒤 '찜'해둔 책을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갔다. 총 1만500원. 이들은 "알짜배기 책들을 싸게 구입했다"며 흡족해했다. 길형원 알라딘 중고 서점 전주점 장은 "새 책인 줄 알고 왜 이렇게 싸냐며 놀라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2008년 2월 인터넷에서 중고 책 판매를 시작한 알라딘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이 몰리자 2011년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경기 불황으로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줄고 있어 싼 가격에 책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틈새 전략. 더욱이 이곳에서는 책은 물론 음반·DVD까지 거래된다. 상태에 따라 객관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인터넷·스마트폰으로도 책 보유 여부를 검색할 수 있어 편리하다. 책을 일일이 찾아야 하고 주인이 눈대중으로 가격을 매기는 헌책방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알라딘 중고 서점 전주점은 대략 7만5000부 책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어학교재는 구비가 돼 있으나 초·중·고 참고서와 동화책 전집, 주간·계간·월간 잡지류 등은 취급하진 않는다. 전주점에는 하루 평균 200여 명, 주말엔 700여 명이 다녀간다.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어린이·청소년 책 등이다.
가격은 보유 재고량, 출간 시점, 책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표지·속지 변색, 메모·낙서 여부에 따라 최상·상·중·매입 불가로 나누는 방식. 낙서가 5쪽 이상이거나 젖은 흔적이 있고 일부가 찢긴 책은 매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아진 책은 1000원대부터 정가의 50% 이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절판된 책의 경우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을 땐 가격이 껑충 뛰기도 한다. 책이 서점에 들어오면 매장 내 코너'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에 1~2일 간 놓인다. 6개월 이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일수록 들어오자마자 바로 판매되는 추세. 전주점에 직접 방문하거나 통합콜센터(1544-2514)·인터넷 홈페이지(http://m.aladin.c o.kr/m/off/main.aspx?offcod e=jeonju)를 통해서만 문의가 가능하다는 게 번거롭다.
이처럼 호황을 누리는 대형 중고서점과는 달리 전주 동문예술거리 일대에 위치한 헌책방들은 거의 개점 휴업 상태다. 20년 넘게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일신서림, 한가서림, 태양서림 등 세 곳만 남고 다 폐점한 상황. 서점 주인들은 "거의 장사가 잘 잘 안 된다"면서 "동문예술거리를 활성화시킨다고 해도 헌책방은 늘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알라딘 중고 서점 입점에 출판계는 물론 지역 서점가도 잔뜩 긴장한 상태다. 출판계는 신·구간에 상관없이 50% 이하로 할인해 팔기 때문에출판 유통 구조를 흐리고 있는 데다 '도서정가제'(발간 18개월 이상 할인 판매 가능)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홍지서림 등과 같은 지역 서점가도 출판 시장이 더 위축될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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