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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청

▲ 진동규
버들가지 출렁거리며

 

강줄기에 첫 음을 잡아주고 있다

 

지난해 묵은 가지 구워서 만든 목탄을 들려주었다 소리청엘 다녀오게 한 것, 올봄 첫 연주회 지휘를 맡겼다 메아리는 다 걸러내고 처음 소리만 그려 오라 했다

 

뒷애기나 만들던 잎사귀들은 다 흘러가버렸고 더러 화석으로 마저 부서지고 있었지만 맨 처음 입 열던 소리, 봉오리 열던 소리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기둥을 세운다

 

행여 도서청이나 박물청은 얼씬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야기꾼들은 아무래도 악보를 들이댈 테니까

 

자작나무, 참나무, 박달나무, 붉나무, 단풍, 솔, 닥, 시간을 두고라도 빛깔로 여는 처음의 소리! 악보보다 먼저지 강 건너 먼 산 갈피갈피 초록 단행본 하나 엮어내겠다고 한다.

 

 

△진동규 시인은 1978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 '꿈에 쫓기며''민들레야 민들레야''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구시포 노랑 조개''곰아곰아'와, 시극 '일어서는 돌''자국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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