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조경제 맞춰 새로운 아이디어로 청년들 창업 도전을
필자가 대만 상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한국과 대만 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큰 차이점을 볼 수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안정적이고 대우가 좋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는 데 비해 대만 젊은이들은 라오빤(老板), 즉 사장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크든 작든 내가 주인이 되는 회사의 사장이 되기 위한 경험을 축적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한다. 따라서 좀 더 조건이 좋은 회사로의 이직율도 높고 회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만 최고의 재벌인 포모사(Formosa)그룹 창업주 고(故) 왕용칭(王永慶) 회장의 딸인 왕쉐홍(王雪紅)은 부친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창업해 성공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부친이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갔지만 월급쟁이 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에 모친의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500만 대만 달러(1.8억원 상당)를 빌려 실리콘밸리의 칩 제조사를 인수했고, 1997년에는 스마트폰 전문기업인 HTC를 설립해 한 때 점유율 면에서 삼성보다 앞서기도 했다. 칩 개발 초기 인텔의 견제와 특허소송 등에도 굴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15세의 나이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홀로 보내면서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한 부친의 힘이 컸다고 한다.
부친인 왕회장은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다. 그는 고(故) 정주영 회장과 공통점이 매우 많다. 모두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에서 8남매의 장남이었다. 배를 곯지 않기 위해 쌀집 점원에서 시작해 성실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쌀가게의 주인이 됐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서는 새로운 분야에 회사를 창업해 자동차, 화학, 전자, 중공업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도약했다.
대만은 '창업 천국'이라 할 정도로 창업이 쉽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잘 돼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중심이 된다. 입주사 선정기준도 엄격한데 대만 최고의 대학인 '국립대만대'의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센터는 아이템이 혁신적여야 하며 기존에 출시돼 있는 기술로 창업한 회사는 입주를 할 수 없다. 회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창업해야 성공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있어 재학 중 창업은 많지 않다. 이 곳 입주사의 경우 창업자의 95% 가량이 직장생활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떠한가? 부모들은 자녀들이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바란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아이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현실이다. 그만큼 창업이 성공하기도 어렵고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도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다.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속적으로 창업이 이루어지는 생태계도 구축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를 육성하고 창의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됐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젊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모처럼 맞는 창업 활성화 분위기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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