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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기도

▲ 김선명 원불교 환경연대 공동대표 교무

매주 월요일 특별한 공사(公事)가 없으면 영광에 생명평화 탈핵순례기도를 다녀온다. 이 기도는 원불교 환경연대에서 작년 10월 영광 핵발전소 사고 이후인 11월부터 생명과 평화와 탈핵을 염원하며 시작한 길 위의 기도이다. 영광군청 앞 기도를 시작으로 걸어서 홍농 핵발전소까지 21km를 매주 걷는다. 5월 6일이 24차 순례기도다. 이제 함께 하는 분들이 제법 늘어서 전국 각지에서 동참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핵을 선언하거나, 모색하고 있다. 세계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신규 건설을 중지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탈핵'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늘어가고 있다. '반핵(反核)'에서 '탈핵(脫核)으로, 이것이 내포하는 뜻은 기실 크다. 그동안 핵에너지는 안전하고 깨끗하며 경제적이라고 알려져 왔는데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안전한 에너지인가? 핵발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셋 마일), 러시아(체르노빌), 일본(후쿠시마)에서 치명적인 노심용융(meltdown) 사고가 일어났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의 수십km 반경은 죽음의 땅이 되어 거의 영구한 세월 동안 출입할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도 1978년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래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만 660여 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통계 자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둘째, 청정한 에너지인가? 핵발전소에 가보면 외형상 깨끗한 공장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 30여 년(최근 것은 그 이상)의 설계수명으로 건설된 핵발전소는 발전 과정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남기게 되는데, 바로 이 핵폐기물이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 핵발전소 근무자들이 작업에 사용한 피복류, 장구류 등이 중, 저준위 핵폐기물이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핵폐기장(방폐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1986년부터 시작된 건설 사업은 아홉 차례나 입지선정에 대한 홍역을 치르다가 2005년부터 경주에 건설을 시작하여 2008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아직도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장의 암반구조가 단단하고 안정된 1급을 유지해야 하지만 4~5급의 암반구조이며 지하수가 하루 수천 톤씩 용출되어 완공한다 해도 수백 년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확신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적인 에너지인가? 미국의 저명한 듀크대 블랙번 교수 등은 핵발전 원가가 2010년 이후 태양광발전 원가보다 더 비싸졌다고 보고하였다. 기술발전으로 태양광 발전단가는 꾸준히 낮아지고, 핵발전 단가는 올라가 그 교차점이 지났다는 것이다. 핵발전 단가에는 발전소 폐쇄비용과 핵폐기물 관리비용,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처리비용과 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절대 싸지 않다. 우선 당장 핵발전을 없앨 수는 없으니, 신규원전건설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수명연장을 철회하여 점차 축소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가며, 마침내 탈핵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인류는 '꺼지지 않는 통제 불가능한 불'로 불리는 핵에너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오늘을 탐욕과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일체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매주 걷는다. 길 위에서 핵발전에 무지하여 우리가 초래한 오늘의 현실을 참회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염원하며 순례자의 심경으로 걸으며 기도한다.

 

95년 전 소태산 대종사께서 9인 제자에게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다.' 하신 그 말씀이 오늘 우리로 하여금 탈핵과 생명평화의 순례에 나서게 한 당위이며, 길 위의 기도는 바로 창생 구원의 책임을 다하는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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