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고통 영화로 치유받았죠"
아직 일반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영화 치료사'. 영화를 통해 심리상태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영화치료사는 심리학 분야와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모두 겸비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분야이다.
우정사업본부에서 부지런하고 꾸준한 삶을 살아가는 조직원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이승수(54) 완주우체국장이 영화치료 분야에서 상당한 경지를 이루었다.
2008년 발족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에서 인증하는 영화치료사 자격증은 3급부터 1급, 수련감독자(수퍼바이저)로 등급화 된다.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1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학회 발족과 함께 영화치료 분야에 몰두한 이승수 우체국장은 1급 치료사 수련중이다. 1급 치료사는 10회에 걸쳐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학술적으로 발표하고, 학회가 이를 인정해야 주어진다. 이승수 우체국장은 1급 치료사에 필요한 필기와 실기를 통과한 후 학회에서 여섯 차례 사례를 발표했다.
이승수 국장은 의사로부터 정신질환을 진단 받은 환자를 치료한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한번은 의사가 공황장애라고 진단한 환자와 마주했어요. 무력감이 정도를 넘어 사무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고, 일상생활조차 힘들 정도였지요."
영화치료사에겐 환자의 흐트러진 정신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이 최고의 역량이다. "자기애를 다룬 '레옹'이라는 영화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환자는 이 영화를 보고,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냈습니다. 정신적인 원인만 찾으면 그 다음 치료는 어렵지 않아요. 원인을 찾으면 환자 자신이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이승수 국장은 2004년 위암 수술을 받은 후 인생관의 전환점을 맞았다.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사회교육이나 심리학 분야에도 심취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만난 분야가 영화치료이다.
"2008년 이전엔 영화를 오락적 관점에서 바라봤지만, 이후엔 치료적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영화치료에 관심을 쏟은 이후 공부한 영화는 무려 1000편이 넘는다. 치료의 재료로 괜찮다 싶으면 3번 정도 집중적으로 반복 감상하고, 영화 내면에 흐르는 메시지나 은유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영화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은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핵심 사물인 일명'로즈버드'. '완득이'의 경우 로즈버드는 신발이고, '은교'에선 손거울이다.
"로즈버드를 찾아내고, 어떤 환자에게 이 영화를 제공할 것인지 분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합니다. 치료할 영화의 폭과 깊이를 갖출수록 영화치료사의 역량도 커지니까요." 이 같은 연구작업이 쌓이면서 이승수 국장은 우석대에서 영화치료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영화치료 3급 치료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 매월 마주막주 목요일엔 전주 독립영화관에서 '힐링시네마 인 전주'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영화치료를 일반인들에게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2시간 정도에 걸쳐 영화 한편을 보고, 1시간 정도 이를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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