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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립 문화예술단체 활로 찾기】② 전북도립국악원의 현주소

道 공무원 원장 파견 '불협화음 악순환'

▲ 전북도립국악원 전경.

단원 충원 문제로 촉발된 전북도립국악원 활성화 논란은 도의회 주최의 릴레이 세미나로 전기(轉機)를 맞았다. 7년 째 수혈되지 않는 단원(23명)과 전북을 대표할 만한 공연을 내놓지 못한 현실 등 해묵은 과제를 꺼내든 도의회를 필두로 전북도, 국악원, 문화계 등은 이번엔 해결 카드를 내놓길 바라지만 동어반복에 가까운 작업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매년 국악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악원 주최로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활성화 토론회를 열어오면서 현주소와 문제점을 숱하게 진단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게 문화계 시각이다. '관립문화예술단체, 활로 찾기'에서는 여전히 활성화 방안이 요원한 도립국악원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 도는 국악원에 72억 씩 투입하는 이유가 뭔가

 

국악원 초기 설립 목표가 지금까지도 유효할까.

 

1984년 처음 설립될 당시 국악원은 중앙에 비해 취약한 지역의 우수한 민속예술을 보호·계승·발전시키고 국악 전문인을 양성하며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국악원 홈페이지만 봐도 당시 '국악의 발상지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남겨진 채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어 도립국악원 설립만이 낙후와 침체를 벗어나 국악의 종가라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 1986년 도립국악원 설치 조례를 제정'됐다고 적혀 있다. 공연 예산 삭감으로 논란을 빚은 2009년을 제외하고 지난 4년 간 국악원에 투입된 예산만 보더라도 62억(2010), 70억(2011), 67억(2012), 72억(2013). 그 결과 국악원은 실력이 출중한 전통예술인들의 집합소가 됐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도립국악원 설립으로 전북의 민속예술이 보존·계승됐고, 국악 후계자들이 많이 배출됐으며, 현재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국악의 대중화에 일조했을까. 문화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 없고, 또 정말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예술단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수준급 공연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젊은 단원들이 전혀 수혈되지 않아 국악원 발전이 수년 째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대세여서다.

 

국악원이 활성화 토론회를 여러 차례 거쳤으나 단원 요구·공연비 확대 등 각론(各論) 차원의 담론만 나왔을 뿐 통론(通論) 차원의 고민은 전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예산 지원으로 칼자루를 쥔 도가 철저하게 직무유기를 한 결과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면에는 그나마 공연으로 평가받는 예술단 외에 존재감이 미미한 공연기획실, 교수실, 학예연구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느냐는 질타도 포함된다.

 

△ 쇄신 카드로 '인사 = 조직 개편' 해결 화근

 

오랫동안 지역 문화계는 조직 체계상 2년 남짓 순환 근무하는 공무원 원장이 국악원을 개혁할 수가 없다고 진단해왔다. '갑을 관계'가 명확한 공무원은 소신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는 커녕 도의 지시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간인 국악원장 체제가 무너진 것은 2001년부터다. 27년 째 14명의 국악원 원장 중 3명은 민간인 원장, 11명은 행정직 원장이었다. 하지만 행정직에서 별정직으로 전환된 김오성 원장을 빼면 황병근·문치상 원장이 유일했다. 민간인 체제가 무너진 이유는 한 가지. 국악원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민간위탁자로 참여하려다 무산되자 단체 행동 등으로 강경하게 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그 와중에 문치상 원장은 국악원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표를 내고 물러났고 도는 공무원만 원장을 할 수 있도록 조례까지 수정해가며 공무원 신분의 원장을 파견시켜왔다. 이에 대해 한 문화기획자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인사 = 조직 정비'라로 오인하는 행정의 근시안적 태도가 문제"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악원이 정상화되는 동안 '쇄신 카드'로 공무원 원장을 잠시 둘 순 있어도 그것은 인사에 불과할 뿐 장기적 조직 개편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이같은 공무원 원장 파견은 도와 국악원 갈등의 골을 더 패이게 했다.

 

이후 도의회는 2008년 방만한 운영 등을 지적하며 공연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전주세계소리축제·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의 통폐합, 국악원 해체 뒤 재정비 등으로 논의를 확대시켜 노조의 맹공에 부채질했다. 도는 여기서 상임직원의 대대적 인사로 채찍을 들었다가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인사를 조직 정비로 오인해 오히려 도가 명분을 잃은 사례. 국악원 노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 이면에 노조를 강성으로 만든 건 도가 빌미를 제공한 면도 크다.

 

△ 국악원 발전 담보 못하는 공무원 원장이 대안?

 

문치상 前 원장은 "단원들 장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이 아니다. 문화에 전문성을 갖지 않으면 일단 단원들부터가 원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문 원장은 당시 도로부터 예산·인사권 등 전권을 받았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오디션을 강화해 실력이 안 되는 단원(10%)들은 내보냈을 정도로 치열하게 활동했다"고 했다. 도가 지나친 간섭을 할 이유도, 국악원이 도의 눈치를 볼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국악원에 공무원 원장이 들어온 뒤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일단 국악원 단원들의 고령화·공연 기획력의 하향 평준화 등은 정체된 국악원 현주소를 보여주는 척도. 2009년 오디션 강화 등을 통한 국악원 대수술 이후에도 지난 3년 간 오디션으로 탈락된 단원이 전혀 없으면서 예술단 기획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은 서로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안 그래도 월급이 나오는데 사서 고생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공무원 원장은 원장대로 불만이다. 역대 원장들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단장들도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아우성이고, 단장들은 "원장이 잘 모르면서 사사건건 간섭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신현창 원장이 올해 예술단 정기공연을 미리 평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연작품 사전 심사제'를 언급했다가 내부 반발로 없었던 일로 됐다.

 

강성 노조의 반발도 개혁의 부담. 예술단 중 노조에 가입한 단원(112명 중 76명)이 2/3를 넘는다. 각 실별로도 사분오열(四分五裂) 되는 분위기라 개혁 혹은 쇄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 국악원 사태로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도는 공무원 원장 파견을 통해 국악원이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가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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