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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대통합의 중심에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중앙부처에 있는 전북 출신 고급관료를 만날때마다 느끼는 점은 아직도 우리사회는 '전통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후천적 노력보다 지연(地緣)이란 태생적 요인에 의해 그 사람의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북 출신으로서 운좋게 1급, 2급을 넘어 장·차관을 지냈거나 현재 맡고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학력의 벽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부딪치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지연이다."

 

수십년씩 각 지역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낸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중간에 꺾인 수많은 사람들의 한(恨)은 더 말해 무엇하랴. 비단 관료집단에 국한하지 않는다.

 

기업인이 됐든, 정치인이 됐든 정말 지역의 벽은 무섭다는 것을 누구나 토로한다. 숱한 경험으로 체득한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병폐의 하나가 바로 학연과 더불어 지연에 의한 '끼리끼리 문화'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전북 출신 300만 출향인들의 모임체인 '재경전북도민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오래전 고향을 떠나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화합도 다지고, 고향인 전북 발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만난 일부 출향인들은 "지금은 시대가 참 좋아졌어요, 예전엔 전북 사람들끼리 대놓고 만나지도 못했다니까요." 이렇게 말한다. 겉으로만 보면 참 좋아진 세상이다.

 

현직 고급관료가 꺼리지 않고 전북 시·군향우회장을 맡을만큼 공직자들도 특정 지역 출신임을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때 대탕평책을 기대했던 도민들은 청와대는 물론 정부 주요 인사때 전북이 완벽하게 배제되는 것을 보면서 한숨만을 내쉰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극소수가 발탁됐다고 하지만, 무늬만 전북 출신이거나 요직과는 무관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

 

LH공사 전북이전이나 프로야구 10구단 결정도 사실 지역과 무관하게 결정된게 아니라는 점을 너무 잘 알기에 도민들은 벌써부터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이 무산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런가운데 최근들어 청와대 안팎에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기대를 갖게한다. 의전상 장관급으로 예우하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청년위원장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발탁된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4개에 불과한데, 그중 2곳의 위원장이 전북에 돌아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곧 단행될 주요 공기업 인사 등에서 상대적 소외지역인 전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통치철학을 갖고 배려할 것인지 궁금하다.

 

단순히 전북을 배려하기 위해 능력은 없는데 충성심만 강한 사람을 발탁하라는게 아니다.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묵묵히 제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전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자문기구에 국한하지 않고, 실권있는 자리에 정치적 불모지인 전북 출신이 속속 발탁되는게 바로 '국민대통합'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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