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선 의식하면 고민·걱정만 늘게 돼 / 집착과 욕심을 버려야
마지막 자리가 대통령을 모시며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힘든 자리여서 그랬는지 공직을 그만 두게 되었다는 아쉬움 보다 큰 짐을 덜었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컸었다. 그만 둔 다음날은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고 나홀로 산행을 갔다.
평일 출근시간이어서 전철 안에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가득하였고 나처럼 등산복 차림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시간에 등산복 차림으로 나섰다는 게 나는 백수요 라고 알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민망하였다.
다음부터는 조금 늦게 움직였지만 산에 가지 않는 날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동네 골프 연습장에 가서 몇 년 동안 손대지 않던 골프채도 휘둘러보고 오후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게 일과였다. 친구나 지인들이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해서 점심, 저녁 약속이 많았다.
이렇게 한 달여를 지내다보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 한 분과 언젠가 시간이 되면 히말라야 트레킹을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였었는데 그 때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해발 4130미터 높이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목적지로 열흘 일정의 트레킹을 가게 되었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의 삶을 구상해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길을 떠났다. 열흘간의 일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시간과 중간 중간 휴식시간외에 하루 6,7시간을 계속 걷는 것이었다.
평소 산행으로 단련된 사람에게는 크게 힘든 일정이 아니겠지만 나로서는 수천 개의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눈길을 오르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자기 성찰은 고사하고 이리 힘든 길을 왜 왔나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하였다.
숙소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마치면 8시도 안돼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힘든 일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따뜻한 노천 온천에 몸도 담그고 여유를 찾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이번 여정에서 답을 얻고 가는가라고. 열흘간 걷고 또 걸으면서 끼니 때 되면 밥 먹고 해 떨어지면 자는 단순한 생활을 해보니 인생이란 게 별개 아닌데, 하루 세끼 밥 먹고 살아가는 것인데 왜 복잡하게 생각하고 미래를 걱정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살아 온 수준에 맞게 품위 있게 살고 체면도 유지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해 가면서 살려니 고민을 하게 되고 걱정이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집착과 욕심을 버리면 된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이 아닐까? 두 달간의 짧은 백수생활 후 다시 공직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때 얻은 교훈은 앞으로도 나의 삶의 지표가 될 것이다.
"카르페디엠!" (오늘을 즐겨라 또는 오늘에 충실하라), "하쿠나마타타!" (걱정 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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