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확대학급이란 이름으로 과목당 강사 한 명을 더 지원받아 학생들의 학급을 나누게 되는데, 지원을 받는 과목시간에라도 학생 수가 감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각 학교에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그런데 당시 교과부가 교과교실을 보급하면서 영어, 수학 과목 등을 성적순으로 반편성하여 수업을 하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연계하여 시행하도록 강요하였다는데 문제가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이란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상, 중, 하반으로 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배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상반에 배정되면 상반에 배정 되는대로 상반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때로는 중반이나 하반에 있는 친구에 대해 근거없는 우월감을 갖기도 한다.
특히 하반에 배정된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대한 만족감이나 자신감보다는 열패감과 자괴감, 심리적 불안감으로 학습의욕을 오히려 상실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준별 반편성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학생들을 성적으로 낙인찍고, 비교하고, 놀림감을 만드는 결과를 나타내게 되었으며 왕따와 학교폭력,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정규교사가 주로 상, 중반을 맡고 경험이 적은 시간강사가 하반을 맡다보니 하반 교실에서는 수업진행이 어려워지고, 학습포기자가 늘며, 자율학습이 잦다 보니 2, 3년이 지나다보면 상반이나 중반과의 성적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결국 수준별 이동수업은 성적 상위권 학생들만을 모아서 집중적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편법적인 우열반 편성의 한 방편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수준별 반편성의 부작용은 학생들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학부모들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자녀의 성적이 하반인 경우에는 학부모들조차 기가 죽거나, 학부모로서 주장이나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열등 학부모가 되기도 한다.
점수와 성적 중심의 한 줄 세우기 교육, 경쟁교육의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는 수준별이동수업은 학생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살리는 교육을 통해 글로벌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21세기 교육목표에도 맞지 않는 제도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살아 갈 미래는 창의성과 감수성이 더욱 중요하며 인간관계와 협력이 강조되고 있는데, 성적에 의한 반편성은 우리 학생들을 주변의 친구들과 배려나 이해 협력보다는, 경쟁만을 아는 학생으로 키우게 되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학력신장이나 실력향상 면에서도 다양한 실력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학생들 상호간에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서로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세계적인 추세도 경쟁교육보다는 협력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교실에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수준별 이동수업 같은 꼼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실은 아직도 30명이상 (전주 지역 중고등학교도 38명 정도)의 많은 학생들이 작은 교실에서 부대끼며 수업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곳에 쓰이는 예산을 하루빨리 교육쪽으로 돌려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질 높은 수업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부가 무엇보다도 앞장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도, 실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별 이동수업 같은 꼼수 정책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구시대 유물 같은 제도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에 전라북도교육청에서 다시 한 번 각 학교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 금지 정책을 강조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수준별 이동수업 금지가 원래의 뜻대로 편법없이 시행되고 있는지 항상 지도, 감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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