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700불 정도로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 그리고 이제 잠에서 깨어나듯이 몸부림치는 베트남. 이 두 나라에는 아주 대조적인 국가 지도자가 있다. 한 사람은 민족의 영웅이고 한 사람은 민족의 원수다. 한 사람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듯이 국민에게 지도력을 펴고 있고 한 사람은 그의 만행을 영원히 잊지 말자고 그가 죽인 사람들의 해골을 전시해 놓았다. 한 사람은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이고 다른 한 사람이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 풀 포트다.
폴 포트가 캄보디아를 집권한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전체인구 700만 명 중 200만 명이 희생당했다. 이중 상당수는 숙청이었고, 나머지는 강제노동과 강제이주 과정에서 질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그 희생자 중에는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등 일명 지식인들이 많았다. 폴 포트 독재정권은 배운 사람들의 비판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지금도 캄보디아에서는 국민들이 배우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호치민은 2차 대전 후 프랑스로부터 베트남을 구한 베트남의 아버지이다. 1945년 9월 2일 바딘 광장에 구름같이 모여든 군중 앞에서 호치민은 베트남이 독립되었음을 선언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불가침의 권리와 생명·자유·행복을 주었다"고 연설했다. 이후 호치민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통일 베트남을 건설했다. 그러나 그는 베트남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서거했다. 지금 호치민은 하노이 바딘 광장에 있다. 편히 잠들지 못한 것은 그가 지금도 베트남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치민은 생전에 자신이 죽으면 화장하여 베트남 영토 세 곳에 뿌려 달라고 유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후계자들은 그의 유언을 듣지 않는 불충(?)을 저지르고 있다.
부패한 나라에서는 희망이 사라진다. 그것은 국민들이 정직하게 일하기보다는 부정한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하려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국민들은 지금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 바다 위 모터보트에서 어린아이를 앞세워 구걸하는 아버지의 표정은 처절했다. 구렁이를 목에 감고 단돈 1달러를 달라고 애걸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학교나 거리 곳곳에 국왕과 총리의 사진을 걸어 놓았다. 캄보디아가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나에게 알려 준 것은 바로 한 나라의 얼굴인 공항에서였다. 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1달러를 달라고 했다. 구걸인지 안 주면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엄포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베트남도 일명 웃돈이 아니면 되는 일이 없고, 웃돈이 있으면 안 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앞으로 캄보디아나 베트남이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특히,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그들의 앞날도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부패가 우리에게는 없겠는가. 남의 나라 걱정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모습도 한번 거울에 잘 비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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