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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문화창조 900' 프로젝트

동고산성 유물 발굴 성과 국가사적으로 지정 추진 천년전주 자긍심 되찾자

▲ 송하진 전주시장
아, 전주성(全州城)! 후백제왕도문화의 유적인 동고산성의 제 이름! 천년이 넘는 세월의 더께에 묻혀있던 찬란한 그 이름을 드디어 시민들에게 되돌려드릴 수 있게 됐다. 동고산성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고, 물왕멀 일대를 발굴해 역사문화콘텐츠로 개발하는 '후백제 문화창조 900' 프로젝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후백제의 도성(都城)으로 후백제 역사의 핵심유물인 전주성은 그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조선시대 남고산성이 축조되면서 이에 대비해 동고산성이라 불리며 쇠락의 길을 걸었고, 도읍으로 추측되는 물왕멀 일대의 주춧돌은 일제 강점기 철길 사업에 상당수가 사용되는 등 보존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후백제에 대한 역사인식도 미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후백제에 관한 대부분의 관심은, 백제의 뒤를 이은 호남왕조라는 역사에 맞춰지기보다는 오히려 아들 신검의 역모와 이로 인해 금산사에 유폐됐던 견훤의 비극적인 가족사에 집중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쓸쓸한 최후로만 기억되기엔 견훤은 뛰어난 용장이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견훤은 '내가 목적하는 바는 평양의 누각에 활을 걸어놓고 말에게 대동강의 물을 먹이는 것이다'라며 삼국통일을 향한 야심을 내비친 호걸이었다. 인재발탁에 혁신적이었고 왕건, 궁예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던 후삼국시대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우리 고장 전주는, 이런 견훤의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던 후백제의 심장부였다.

 

'후백제 문화창조 900'은 이처럼 드높았던 후백제의 기상과 천년고도 전주의 자긍심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900'이라는 숫자도, 이참에 견훤이 전주에 터를 잡은 서기 900년부터 제대로 기억하자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천 백년이 넘는 역사의 두꺼운 더께를 벗겨내는 작업도 이미 진척 중이다. 전주시는 그간 후백제문화 재조명 학술작업을 해왔고, 동고산성 일대의 발굴 작업도 7차례 실시했다. 성과도 있었다. 왕궁터 등 건물지와 문지, 성벽 등 22개소의 유물이 발견됐다.

 

후백제의 도읍이 전주임을 짐작케 하는 각종 문헌들은 발굴 작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향후 국가사적으로의 지정 전망이 밝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그 효과도 다양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고산성 일대가 국가사적지로 지정될 경우, 전주는 조선왕조의 본향이자 후백제의 도읍지로써 경주나 공주에 못지않은 고도로 인정받게 된다.

 

후백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잊혀졌던 전주의 고대사는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중·근세에 한정돼 있던 전주문화의 뿌리도 서기 900년까지 깊어져 더욱 알찬 자양분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슬로시티 전주의 가치도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도심에는 활기가 돌 것이다. 원도심의 도시재생은 자연스레 가속화될 것이다. 관광산업 발전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천만 관광시대와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던 전주시 입장에서는 한옥마을,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에 이은 질 좋은 콘텐츠를 하나 더 확충하게 된 셈이다. 한옥마을에 치중됐던 관광인프라는 전주의 동서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그 외연을 넓히게 될 것이다.

 

기왕 욕심을 더 내 보자면 '후백제 문화창조 900'을 통해 후백제 문화가 전주 역사의 중심축인 조선 문화에 견줄 중량감 있는 역사콘텐츠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여서 함께일 때만 너른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비익조(比翼鳥)처럼 전주 역사를 떠받치는 커다란 새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두 역사가 함께 춤추며 날아오를 그 날, 전주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문화는 또 얼마나 더 멀리 비상하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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