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희디흰 쌀밥을 지어올린 다는 걸
애써 함박, 웃지 않아도 다 안다
무쇠솥뚜껑을 막 열고 퍼 담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하얀 고봉밥
돌아가실 때 더어얼
퍽, 되엎어 놓은 밥그릇 같은
둥근 봉분안의 빼빼 마른 우리 어머니
그곳에서도 여직 다리가 불편하신지
머리칼 하얘져 절반은 무덤이 된 내가
마른 뼈 삭아 절반은 흙이 된 어머니
곁에,
무릎 꿇고
한 숟갈 푹 떠서 먹여드리고
한술 더 떠서 억지로 먹여드리고 싶은 저, 따끈따끈한 한 공기의 밥
흰 밥물 넘치듯 퍼지는 밥 냄새에
삼시세끼
입 싹 씻고
아슴아슴 젖어 내 눈물만 불리는 저, 함박
- 김기찬 시인은 1994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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