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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하나를 더 걸면서

사회 도처에 막말 만연 평소 스스로 되돌아보며 위안·희망 주는 말 써야

▲ 김상인 소청심사위원장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침실을 나와 거실에 걸려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엊저녁에 모처럼 만난 예전 동료들과 늦은 시간까지 회포를 푼 덕에 얼굴이 푸석하다. 각자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며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들 나누다가 모의원이 했다는 귀태(鬼胎)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했다. 평소 손빠르고 재치있는 친구가 잽싸게 인터넷을 검색하더니만 번역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서 인용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 얘기란다. 글쎄 아무리 이념과 지향하는 정치적 소신이 다르다고 공인이 그렇게까지 험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혀를 찬다. 그 사례를 계기로 본인들의 말실수 경험과 구설수에 올랐던 동서고금의 일화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헤어져 돌아온 기억이 아침까지 새롭다.

 

요즈음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말을 너무 쉽게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주변에 난무하고 있는 현란하고 저속한 말들이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물론이고 방송인, 운동선수, 연예인들도 심심치 않게 지상에 오르내린다. 보통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인들과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것도 모자라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까지 보낸다. 그 중에는 상대방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따뜻한 말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는 막말도 적지 않다. 막말의 경우 사회적 책임과 지위가 낮은 사람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도자일 경우엔 한 조직이나 국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힐링전도사로 귀감이 되는 말만 골라서 하기 위해 노력하던 혜민스님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며 당분간 묵언수행을 하시겠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로 살인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의 무서움'을 새겨서 조심하고 또 삼가해야 할 일이다.

 

불가에서는 사람에게 네 개의 거울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얼굴과 몸등 보이는 것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집, 사무실, 자동차, 버스정류소나 지하철역, 상가건물에 비치된 거울은 물론이고 휴대폰에도 거울앱을 다운받아 들고 다니면서까지 사용하고 있다.

 

둘째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언어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이 거울은 유형의 거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무형의 거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정제되어 있는지, 그 상황에 적정한지, 거짓말하거나 속이는 것은 아닌지 등을 점검하는 그런 거울이다. 우리얼굴에 때가 묻어 있거나 옷이 지저분하면 주위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조금 기분 나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막말은 타인의 가슴에 못을 박거나 때로는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다.

 

셋째는 내재된 의식세계, 다시 말하면 프로이드가 이야기한 에고의 표상을 살펴보는 거울이다. 말이 입밖으로 나오기 전에 자의식이 생성하는 마음씀씀이가 고약하지는 않은지, 상대방에게 편견이나 악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하는 거울이다. 낯설은 상대방을 첫인상이나 감각으로만 평가하지는 않는지 경계하고 또 살펴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각자가 살아온 삶의 자취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 그것이다. 업경대라고 해서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은 죽은 뒤에나 확인해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언감생심 현생에서 이 거울까지 갖자고 욕심낼 수는 없는 일이다. 무의식세계야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을 테고 의식세계인 마음만이라도 점검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욕심이다. 그래서 집과 사무실에 매일매일 얼굴을 비추어 보는 첫 번째 거울 옆에 두 번째 거울을 걸기로 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말 좋은 말만 골라서 사용했는지 얼굴 볼 때마다 점검할 것이다. 내 가족들은 물론, 주위에 아프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말들로 골라서 해야겠다.

 

△ 김 위원장은 리버풀대학교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마쳤으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행안부 대변인, 정부청사관리소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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