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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인문학, 어떻게 볼 것인가

융합은 우리시대 화두 / 전북 5대성장 동력도 과학 인문결합과 한궤

▲ 노홍석 전북도 전략산업국장
IT산업계의 거장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어릴 적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발명왕 에디슨, 한국경제의 양대산맥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회장까지 과학기술과 산업계의 독보적인 리더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이 예외없이 평균을 한참 뛰어넘는 인문학의 대가들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이라고 부르는 인문학은 인간의 존재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학문이다. 언뜻 보면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문학이 어떻게 과학기술이나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일까.

 

애플의 아이폰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어떠한 감성과 기분으로 사물을 대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의 결정체다. 인간이 기계에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손가락 터치라는 동작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스토리를 통해 인간의 감성과 기계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 이것이 비밀의 열쇠다.

 

르네상스 이후 급속히 발전한 과학기술은 기본적으로 세분화를 통해 전체로서 사물의 존재방식과 작동원리를 탐구하는 방식이었다. 분자, 원자,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쿼크까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한없이 작아졌고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나노 크기에서 물질을 조립하고 합성·제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학문자체도 자꾸만 세분화, 전문화돼 그 동안 신의 영역에 머물렀던 우주·생명 등 자연계의 수많은 비밀을 해석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활용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여태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요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인간의 존재가 결여된 과학기술의 무한질주는 결국 대량살상무기, 환경오염, 물질만능주의, 인간성 소외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행복이 동시에 구현될 수 있도록 본래 가치중립적 개념인 과학기술에 윤리나 도덕, 아름다움과 같은 인간의 가치를 결합하는 과정이다. 과학기술에서 인간의 향기가 느껴질 때 비로소 맹목적으로 달려 온 과학기술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인간의 삶에 진정한 기여를 한다는 관점이다.

 

융합은 우리 사회의 화두다. 정부는 산업기술간, 이종산업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아이디어·상상력을 융합한 창조산업 육성을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범위나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문화컨텐츠·인문·예술 등 모든 분야가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과학기술을 매개로 하나로 융합된다.

 

우리 도가 역점 추진하는 5대 성장동력산업 육성도 사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이라는 융합의 관점과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식품산업이나 관광산업 분야는 물론 화석연료 대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녹색에너지산업,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그린카·그린쉽의 개발 등이 그렇다. 또한 ICT(정보통신기술)에 바이오헬스를 융합해 운전 중에도 실시간으로 건강을 확인하는 자동차 부품, 장애물이나 논밭의 형상 등 지리정보시스템을 탑재한 트렉터,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는 초경량의 부품·소재, 석유 대신 농업부산물로 자동차 연료와 기타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는 바이오화학 기술 개발도 그 지향점은 인간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인간의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과학기술, 이제 우리 산업계의 성쇠는 그러한 변화의 파도를 어느 시점에 어떤 방법으로 수용할 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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