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52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군산
일반기사

12년째 여객선 운항 중단 비안도 가보니

주민·각기관 직원 위법 소형어선 이용 / '찾고 싶은 섬' 선정 됐지만 피서객 없어

▲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비안도의 모습.

군산항 남서쪽 해상 1.63㎢ 면적의 비안도(飛雁島)를 지난 2일 오후 2.3톤 소형 어선을 타고 찾았다. 4.7㎞ 떨어진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리 495, 496번지인 가력도 선착장에서 출발, 파도가 넘실대는 위험을 무릅쓰고 25분가량의 운항 끝에 199세대 465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비안도에 도착했다.

 

군산항~비안도 구간을 오가던 여객선이 지난 2002년부터 적자 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한 후 섬과 육지를 잇는 해상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비안도는 피서철임에도 한가하기 그지 없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마자 그동안 2명이 근무해 온 해양경찰서 새만금파출소 비안도출장소의 문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고, 출입문에는 지난달 15일자로 가력도 파출소에 통합됐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마을 골목길에는 군산경찰서 비안도 파출소가 있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여름 휴가중이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

 

1인이 근무하는 비안도 보건진료소 역시 소장이 퇴근하고 없었다. 금요일 오후라 배편을 이용해 육지로 나갔다고 했다.

 

섬이 치안과 진료 공백상태에 노출된 상태였다. 중대한 범죄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응급을 요하는 환자가 생기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우려됐다.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비안도를 '찾아가고 싶은 섬가꾸기'사업 대상지로 선정, 지난해부터 국비 등이 투입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검은 자갈로 이뤄진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오면 와글 와글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정겨운 몽돌 해수욕장'에는 한 명의 피서객도 없어 썰렁했다.

 

섬 주민들이 해상교통권을 확보키 위해 자체 도선사업단을 구성, 비안도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가력선착장에 매표소 등 시설물 설치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점·사용승인을 요청했지만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행정구역 논란에 부딪쳐 아직까지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섬 지역에 근무하는 각 기관의 직원들과 방문객들은 위법인줄 알면서도 각종 해상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편도운항에 1인당 8만원~10만원을 지불하면서 소형어선을 이용해 비안도와 가력도 구간을 오가고 있다.

 

소형어선은 승선 정원이 3~4명에 불과하나 10명 가까이 태우고 운항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는 게 섬 주민들의 실토다. 대형해상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매일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비안도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김관영씨(37)는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 매주 월요일에 출근, 금요일 오후에 군산 집에 간다"면서 " 위험을 감수하고 사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학교직원들은 발령이 나면 빼놓을 수 없는 인계인수 사항이 바로 구명조끼"라고 실정을 털어 놓았다.

 

비안도 내연발전소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전우실업의 강민철씨(37)도 "도선운항조차 허가되지 않아 부품조달을 하려면 2주 이상 소요돼 원활한 전력공급에 차질까지 우려된다"고 들고 "한번 출장이라도 가려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선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형어선을 이용하다보니 지난 2007년 선박전복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한데 이어 2009년에도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계도 팽겨치고 비안도~가력도간 도선운항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상법이장(65)은 "전국 도서 가운데 유일하게 비안도에만 정기 여객선이나 도선이 운항되지 않고 있다"면서 "비안도 주민들은 사람 취급받고 사는게 아니다"면서 교통권 확보에 이리저리 핑계만 대고 있는 정부와 전북도 등을 질타했다.

 

소형어선을 이용해 다시 가력도로 돌아왔다. 파도는 출렁였고 소형어선도 파도에 따라 흔들렸다. 오후 6시가 다 된 시간에도 여전히 사고위험을 감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형어선에 몸을 싣고 비안도로 향하고 있었다.

 

가깝지만 먼 섬,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지만 관광객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섬인 비안도. 기러기가 난다는 섬 비안도에 기러기는 날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