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4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리뷰]전주 한벽굴 'The Festa: Cave'

한옥마을 관광객 참여 이끌었지만 콘텐츠 한계 드러내

▲ 전주 한벽굴에서 열린 'The Festa: Cave'.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지난 9일 오후 8시 전주 한벽굴 일대에서 열린 'The Festa: Cave'에는 한옥마을 관광객, 지역 주민, 외국인 등 다양한 층의 관객 150여명이 찾았다. 다른 축제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역사적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 여러 가지 실험적인 공연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일제가 전주-남원 간 철길을 건설하며 만들었던 한벽굴은 그 역할을 다해 어둡고 컴컴한 공간으로 남았지만 이날 만은 달랐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자리에 3m에 이르는 거대한 '공'이 굴러 들어왔다. 미디어 아티스트 정문성씨가 선보인 미디어 파사드. 무대 뒤에 설치된 투명한 공은 7가지 색을 발산하는 빛의 향연을 펼치며 한벽굴을 수놓았다.

 

미디어 파사드를 배경으로 어쿠스틱밴드 '크림'이 첫 번째 공연을 펼쳤다. 크림은 자작곡과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등을 부르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크림의 감미로운 음악은 미디어 파사드가 만들어 낸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녹아들었다. 크림과 관객들의 몸짓은 투명한 공에서 나온 빛으로 인해 벽면에 투사됐고, 한벽굴은 이들이 만들어낸 움직임으로 가득찼다.

 

이번 축제 장소인 한벽굴은 여름철 최적의 야외 공연 장소로써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더운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선선한 내부 환경과 함께 벽면을 타고 울리는 음악 소리는 마치 콘서트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전주대에서 어학연수 중인 라우라씨(28·이탈리아)는 "한벽굴이 기차용 터널 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탈리아에서도 역사·문화적인 공간에서 공연이 펼쳐지지만 한국에서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새롭다. 한벽굴은 어느 곳보다 여름철에 공연을 하기에 좋은 곳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문성, 크림, 레인보우스테이지, 보따리단 등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기획한 이번 페스타는 취소될 뻔 한 위기를 겪었다. 도로 점용 등의 문제 때문에 당초 기획에서 여러 가지 수정 보완을 거친 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것.

 

이로 인해 축제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여름축제가 부족한 전주에서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이날 공연에는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다수 공연에 참여했고 산책에 나선 지역주민과 외국인까지 축제를 즐겼다. 내년도 축제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남겼다. 젊은 층 위주의 공연은 축제에 참여했던 다양한 계층의 발길을 오래 잡아두지 못했다. 관객과 호흡하지 못한 공연도 관객들의 이탈에 가속도를 붙였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선보인 신선한 무대는 칭찬할 만 했지만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