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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감이 주렁주렁 달린 고향길을 걷노라면…

5년 전부터 고향마을과 이웃동네에 감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들이 자라 고향의 상징이 되어 흐뭇하다

▲ 송현섭 재경전북도민회 회장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진다는 어른들의 얘기를 젊은 시절에 들었다. 처음엔 그 말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창 일 하는 나이 때에 고민도 많고 생각이 많지, 은퇴한 나이에 무슨 하실 일이 있다고 생각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혹시 잠이 없으시다보니 가진 게 시간 밖에 없어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시건방진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제 내가 그런 나이가 됐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할 일은 없는데, 시간이 많아져서 생각이 많아진 걸까? 그 건 아니다. 살아온 세월의 축적을 반추하면서 눈 앞의 일을 바라보면 생각이 많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모든 언행은 살아온 인생의 총화(總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언행은 대개 그 사람의 인생궤적과 일치한다.

 

나이가 들면서 고향에 대한 애착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고향에 가도 내가 거의 최고령층에 속한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고향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간 고향을 위해 나름대로 작은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남긴다거나, 사람들이 나를 기억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한 건 아니다. 고향을 다니면서, 고향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고 작은 실천을 했을 뿐이다. 남들보다 조금의 성취가 더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받은 만큼이라도 돌려줘야 될 의무도 있다.

 

특히 변변한 자원도, 뒷배경도 없는 고향 전북을 위하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전북의 미래는 사람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경전라북도민회장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도민회 장학금 대폭 확충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나도 작은 기여를 했지만, 여러 향우들의 협조가 정말 고마웠다. 그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장학금 혜택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 5년 전부터 고향 마을과 이웃 마을에 가구당 1주씩 감나무를 심어 드렸습니다. 작은 나무가 자라 감이 열리면, 적지만 소득도 가능하고 고향을 찾는 후손들이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감나무를 선택한 것은 기르기 쉽고, 소출이 있다는 점 외에도 임실과 우리 동네가 감이 잘 된다는 조사 덕분이다. 또 태인-칠보-산외까지의 10km 국도변에도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처음에 큰 나무를 심었는데, 활착률이 나빠 2011년부터는 어린 묘목을 심었다. 50% 정도만 제대로 커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곧 추석이다. 많은 향우들이 고향을 찾을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형제들과 친척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내 경우, 고향에 가도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들 보기도 힘들다. 같이 뛰놀던 친구들 대부분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제는 여린 가지를 꿋꿋하게 내민 감나무들이 나를 반겨준다.

 

우거진 감나무 사이로, 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고향길을 걷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감나무들이 거목으로 자라나 고향의 상징이 되고, 그 나무 밑을 넉넉한 마음으로 걸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흐뭇해진다. 그렇게 클 때까지 잘 키우고 싶다. 도민과 향우들이 모두 나서서 고향집, 고향길에 나무 한그루씩 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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