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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을 자살로 내모는가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대학에 출강하면서 옆에 있던 조교에게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하니까 조교의 답변이 의미심장했다. 불안해서란다. 도서관을 벗어나면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아 가능한 한 도서관에 머문다는 것이다. 자발성은 불안감의 또 다른 이름이며, 이런 불안이 캠퍼스는 물론 사회 곳곳에 떠돌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 세대가 비에 젖은 낙엽을 우려하며 '퇴출의 공포'를 안고 산다면, 자녀 세대는 '진입의 불안' 앞에 서성거리는 게 요즘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미래가 어둡다는 경고음은 이제 새 소식이 아니다. 문제는 고난이 닥쳤을 때 이를 이겨 나갈 역량과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느냐다. 자신의 잘못이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힘들게 하는 환경은 삶을 위협하거나 아예 삼키려 한다. 살아보려고 애쓰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에게 그 개인도 어쩔 수 없는 불행이 닥친다. 그 불행이 자신의 힘으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경우도 가끔 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참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끝내는 자살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지표 중에서 자살률만큼 음울한 지표가 또 있을까. 내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사회의 자살률을 살펴보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1년 31.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해 동안 자살자가 1만5906명으로 하루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 같은 자살률은 한국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8년 연속 1위다. 참담한 성적표다. 너무나 많은 이웃들이 혼망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마음이 더욱 처연해지는 것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 비통함 때문이다. 자살의 이유는 제각각일 게다. 하지만 이들의 자살은 아무래도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와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인한 무한 경쟁과정에서 엄청난 낙오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병리를 핵심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게다가 전북의 청소년 자살률이 전국 최고라는 상황은 설상가상의 충격이다. 전국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도세가 비슷한 충북에 비해 2배 이상 높다.(3월27일자 본보 보도)

 

지난해 도내 청년층의 고용률이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분석도 이런 지역자살률과 무관하게 보이질 않는다. 과도한 경기침체는 경제전반에 큰 충격이 될 뿐 아니라 결국 자살의 증가로 사회불안까지 야기한다는 점에서다. 자살에 대한 치밀한 토털 케어(종합관리) 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고 지원 체계는 촘촘하지 못하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자살예방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비극이 잇따르는 건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풀어가야 할 과제다. 국가가 나서서 장치를 마련하고, 동시에 전 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사회도 더 이상 자살을 '질병'이 아닌 '허약한 성격 탓'이라고 인식하거나, 자살자를 '부적응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삶의 신경통을 앓아온 자살자나 자살 발생 위기의 사람들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해졌다. 누구도 그들을 자살지대로 내몰 수는 없다. 내몰려서도 안 될 일이다.

 

무슨 명분이라도 자살은 안 된다. 아무리 큰 나무도 생명을 잃으면 순식간에 썩어 넘어진다. 반면에 보잘 것 없는 작은 풀이라도 생명을 간직하고 있으면 모진 풍상에도 꽃을 피운다. 생명을 품은 씨앗은 반드시 싹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 아닌가. 극단적인 선택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명은 누구에게나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은 대책과 생명존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 지금 고단함에 처한 그들을 정상 궤도로 복귀시켜야 한다.

최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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