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하나였다. 책마을을 만드는 일. '책마을 해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가 책마을을 연 월봉마을은 경주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이라야 10가구 남짓, 대부분이 인척이어서 마을과 한 몸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폐교가 된 나성초등학교의 교사를 고쳐 출판캠프를 열고 책마을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책마을을 꿈꾸기 시작했던 것이 2006년, 처음에는 격주로 드나들면서 폐교된 공간에 정을 붙이며,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살리는 통로를 찾고 싶었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돌아보니 출판이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고창은 유명한 '고창한지'의 고장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도 수십 개의 한지 공장이 운영됐다. 고창은 우리나라 그림책의 원형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석씨원류 선운사 판본을 가진 고장이기도 했다. 그림책은 그가 석사과정에서 연구했던 논문의 중심이다. 책마을을 만들겠다는 명분은 그래서 좀 더 확고해졌다.
'책마을해리'는 그의 설명으로는 범주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창어린이책박물관과 버들눈도서관, 작은 학교가 되기를 꿈꾸는 책과 이야기가 있는 이야기학교 '나성'이 그 범주에 실재하는 것들이다. 이미 소장한 책만도 10만권이다.
그가 꿈꾸는 책마을은 '디지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활자꾸미기와 글.그림만들기, 편집하기, 전통방식으로 제본하기 등 책(기획부터 제작까지)을 둘러싼 다양한 캠프를 연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채우는 콘텐츠는 물론 고창의 역사, 문화, 생태와 농업활동과 지역생활사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출판캠프에는 참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적당한 규모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책마을 해리'가 지역을 살리는 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는 일,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 또 다른 '책마을 해리'를 만들어내게 하는 동력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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