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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씨 '판소리 득음연구'

소리꾼 58명 면담조사 / 호흡·발성법 등 정리 / 구체적 학습 방법 제시

'쑥대머리'라는 판소리 대목의 악곡을 분석하면 그리 대단한 음악구조를 지닌 것도 아닌데도 임방울 명창이 쑥대머리 한 대목을 부르면 청중이 그렇게 열광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이 대목을 부르게 되면 시원치 않게 들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보형 학국고음반연구회장은 "그것은 임방울 명창의 특이한 '목 성음'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판소리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 역시 판소리 명창이 구사하는 특이한 성음으로 보는 게 옳다"고 보았다. 그만큼 판소리에서 '목 성음'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판소리 특유의 '목 성음'을 터득하는'득음'에 대한 전문 연구서가 발간됐다. 김정태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가 펴낸 '판소리 득음 연구'가 그것이다(민속원).

 

판소리 공연 현장에서의 체험과 명창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판소리 실기를 체계화하고 이론화시킨 연구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갑자기 '성대결절'이 왔으며, 그 고비를 헤쳐 나가기 위해 발성법과 성대 관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단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판소리 공부는 무조건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것은 오랜 학습과 험난한 수련의 준비과정 동안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학습방법과 수련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학습방법과 수련과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신체전략에 대한 오해는 오히려 예술역량 강화의 시행착오가 될 뿐아니라 후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체험과 연구결과다.

 

그럼에도 그동안 전통적인 판소리 학습방법은 구전심수의 행위전승만 고수하였을 뿐 득음의 구성요소인 호흡법, 발성법, 발음법, 독공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이론화가 미흡했다.

 

저자 또한 득음에 관한 이론서를 내기까지 녹록치 않았음을 내비쳤다. 소리꾼들이 소리나 몸짓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논리적으로 인식하고 설명하는 데 힘들어하는 점, 명창들의 견해가 다분히 주관적이기 쉽다는 점, 발성법을 제외하고 선행연구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기초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의 문제 때문이다.

 

저자는 2009년부터 4년간 전국 각지의 판소리 예능보유자들과 소리꾼들의 면담 조사를 바탕으로 판소리 학습과정에 관한 새 이론을 도출했다. 면담 조사자만 58명이며, 그중 예능보유자가 20명, 중견 명창 20명이라고 밝혔다.

 

1장에서 소리꾼의 학습과 수련과정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고 민족음악학의 새로운 연구 방법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2장에서 득음의 기본요소로서 호흡법, 발성법, 발음법, 독공 등의 개념을 정리했다. 3장부터 7장까지 구체적인 학습 방법을 다뤘다.

 

이보형 회장은 "지금까지 판소리 득음 연구에 이와 같은 독특하고 거대한 총체적인 방법을 동원한 예가 없기 때문에 이 점에서 이 책은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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