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소비자 신뢰 바탕 출발 / 걸음마 단계지만 전국적 명성 / 다시는 '짝퉁' 오명 입어선 안돼
요즘 '로컬푸드'가 화두이다. '로컬푸드'란 일정 지역 내에서 '농민이 생산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1990년대 수입농산물에 대응해 대대적인 국민운동으로 승화한 신토불이(身土不二)'와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신토불이가 애국심에 호소하여 국산농산물 소비촉진을 도모한 것과는 달리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직거래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하기 위해 도와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특히 우리 전라북도 완주에서 기치를 내건 로컬푸드 직매장은 새로운 농산물 유통혁신의 성공모델로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로컬푸드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스템인데, 전북의 농산물 소비를 위한 제2, 제3의 로컬푸드 직매장 개설이 추진되는 등 확대일로에 있다.
이렇게 로컬푸드가 잘 나가다보니 유사 매장이 로컬푸드 간판을 달고 전주·익산 등에서 우후죽순 개장하는가 하면, 이와 관련하여'짝퉁 로컬푸드'가 지역신문 지면을 장식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지역주민들과 행정이 힘을 모아 어렵게 높인 위상이 손상되지 않을까 안타깝다.
로컬푸드는 대부분 중·소농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소량 다품목을 기획·생산한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당일 출하원칙으로 하고,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날 가차 없이 폐기된다. 거래가격은 농가 스스로가 결정함에 따라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고 신선한데다 생산 정보까지 제공해 '얼굴 있는 제철 농산물'로 신뢰를 높여왔다.
전라북도는 이러한 직거래 형태가 강한 전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행·재정적으로 집중 지원, 최근에 모악산에 개장한 해피스테이션 등 5개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이들 직매장에 출하하는 생산자는 194개 작목반에 2385농가가 참여하여 지난해 61억원의 매출이 올해 10월까지 160억원이 훌쩍 넘고 있다. 전북인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자랑스럽다.
호사다마랄까. 완주 로컬푸드 형태의 직매장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적극 환영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방죽을 흐리듯이' 자칫 유사 매장이 그간 로컬푸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막 자리잡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몇 갑절 많은 공력을 쏟아도 원상회복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유사 매장은 공익차원에서 운영주체가 자발적으로 개선해 나가는게 최선이지만 손익 관계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기대는 어렵다.
전라북도는 유사매장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사전 예방책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인증제'를 마련해 로컬푸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인증제는 직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지켜할 원칙과 세부항목별 기준을 설정, 전북도가 인증하는 직매장 명판을 부착하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규모 농가 기준 설정 범위도 대·중농이 아닌 영세·소농의 경작 면적 등을 고려해 1㏊ 미만으로 조정했다. 참여 농가는 최저 운영비만 지불할 수 있도록 판매 금액에 대한 농가 환원비율도 85%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인증제'는 이번 달 안으로 농가와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인증기준을 보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전라북도의 로컬푸드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다시는 '짝퉁' 운운으로 지역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며 흠집을 입어서는 안된다.
로컬푸드가 호사다마가 아닌 승승장구(乘勝長驅)로 농가소득 창출과 소비자의 행복한 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모든 도민의 역량과 뜻이 함께 담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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